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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롤스로이스 행진· 돈 살포'…中 결혼문화 왜?

[월드리포트] '롤스로이스 행진· 돈 살포'…中 결혼문화 왜?
중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여러 차례 소개해 드렸습니다. 온 몸에 금팔찌를 주렁주렁 단 신부의 모습, 명절을 공포로 몰아넣는 청첩장 폭탄, 3박4일 결혼 잔치를 벌인 촌 간부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결혼식 풍경이 중국에서도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뉴스가 됐겠죠.

다만 중국의 독특한 결혼 풍습에 기인한 것은 분명합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과 관습은 현대 사회에서 변형을 겪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런 기형적인 모습도 등장합니다. 최근 잇따라 중국 사회에서 화제가 된 결혼식도 그렇습니다. 중국인들 눈에도 어이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국의 결혼 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중국 결혼

지난달 23일 오전 허베이 탕산시 중심가에서 행인들은 자기 눈을 의심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살면서 한 대 볼까말까 한 최고급 차량 롤스로이스 팬텀 30대가 줄지어 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행렬의 길이는 무려 5백 미터에 달했습니다. 행렬 선두에는 역시 명품 스포츠카인 페라리가 앞장섰습니다. 최고급 오토바이들도 행렬을 호위했습니다.

지역 한 부호의 아들이 결혼식장으로 행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중국 언론들이 행렬에 동원된 차량의 가격을 추산했습니다. 중국에서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의 가격은 6백80만 위안에서 8백만 위안 사이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12억 2천만 원~14억 4천만 원쯤입니다. 페라리와 오토바이까지 합하면 모두 2억 위안, 3백60억 원 이상이 길 위에 늘어선 셈입니다.
중국 결혼
결혼식 자체의 호화로움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탕산에서 가장 호화로운 대형 예식장의 4개 층을 통으로 빌렸습니다. 10명이 앉는 테이블 1백 개가 마련됐습니다. 중국에서는 보통 예식장 가격을 테이블 수로 계산합니다. 이 예식장의 테이블 하나당 가격은 1만 위안, 우리 돈 약 1백80만 원입니다. 그러니 예식장 임대 가격만 1억8천만 원입니다.

예식장만큼 손님 규모도 어마어마했습니다. 1천 명의 하객이 앉을 자리를 마련했는데 자리가 없어 서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손님 가운데 중국인들은 한 눈에 알아보는 유명 연예인들이 수십 명이었습니다. 영화배우, 가수, 음악인 등 분야도 다양했습니다. 결혼식 사회는 중국에서 유명한 남녀 방송인이 맡았습니다. 이들을 초빙하고 식장을 꾸미고 하객 선물을 마련하는 등에 쓰인 돈이 3억6천만 원을 넘었다고 예식장측은 전했습니다.

당연히 축의금 수준도 남달랐습니다. 결혼식에 관여한 내부인은 가장 싼 봉투가 1천 위안 수준(18만 원)이었고 10만 위안(1천8백만 원)짜리 봉투도 수두룩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이 난리가 났습니다. '탕산 역사상 최강 결혼식'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소문도 무성했습니다. 특히 결혼 행렬을 위해 관할 경찰 부대가 의전 오토바이를 동원하고 신호를 조작해줬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해당 경찰대가 급히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 부대에는 그런 값비싼 의전 오토바이가 단 한 대도 없습니다. 아울러 사적인 결혼 행사를 위해 교통관제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중국 결혼
물론 가장 큰 화제는 도대체 신랑, 신부의 부모가 누구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론과 네티즌 수사대가 총출동했습니다. 이들이 모아놓은 정보를 종합해보겠습니다.

신랑 아버지의 이름은 류바오리, 탕산의 사업가입니다. 원래는 중국 남부에서 탄광을 경영했다고 합니다. 탄광업이 별 재미가 없어지자 지금은 탕산시 일대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탕산시의 기업인 가운데 누구도 류바오리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는 한 번도 얼굴을 내미는 법이 없습니다. 누구도 류바오리씨에 대해 정확히 몰라요. 하지만 그의 전설 같은 이야기는 누구나 들었습니다." 탕산 한 기업인의 말입니다.

이 전설에 의하면 류씨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박장보다는 손님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그 이자로 버는 돈이 막대하다는 전언입니다. 통이 크고 능력이 대단해 인의가 두터운 '큰 형님'으로 불린다는 평이 있습니다. 반면 그의 도박장에서 가산을 탕진하고 빌린 돈의 이자를 내느라 인생을 망쳤다는 증언도 많습니다. 한 마디로 비밀에 싸인 알부자입니다.

신부의 아버지는 탕산 주변 촌의 최고위 간부입니다. 중국의 촌이라면 우리의 리나 동급의 지방 관청입니다. 하지만 촌 간부라고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칩니다. 개발 붐을 타고 엄청난 부를 축적한 촌 간부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결국 신랑, 신부의 아버지는 부의 형성 과정이 그리 떳떳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부호들입니다. "돈질을 하는 수준이 범상치 않더니 그럴 만하네." 한 중국 네티즌이 탄식처럼 쓴 댓글입니다.

최강 결혼1
며칠 간격으로 또 다른 결혼식이 다시 중국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지난달 29일 광둥성 둥잉시에서도 1백여 대의 호화 차량이 결혼 행진을 벌였습니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마세라티 등 유명 스포츠카를 망라했습니다. 현지 언론이 취재한 결과 둥잉시는 물론 주변 도시에서 빌린 차량이라고 합니다. 차량 임대료만 40만 위안, 7천 2백만 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결혼식이 관심을 끈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당연히 화려한 행렬을 보기 위해 군중이 길 가에 구름같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행렬 차량에서 수십 명의 남녀 들러리들이 내리더니 홍바오, 돈 봉투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야! 1백 위안이야." 탄성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서로 돈 봉투를 받기 위해 밀고 당기고 난리였습니다. 이렇게 뿌린 돈이 모두 4만 위안, 7백 20만 원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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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식은 부모보다 신랑 본인이 화제의 인물이었습니다. 천쥔량, 90년대 이후 출생자입니다. 후난성 잉저우 출신입니다. 어린 나이에 둥잉시로 옮겨와 적수공권에서 출발했습니다. 피 나는 노력 끝에 전자제품 판매 상점을 일궜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자기기 개발 회사의 사장입니다.

지역 기자들이 신랑에게 왜 이런 결혼식 행사를 벌였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융자를 받게 됐습니다. 게다가 오늘 오래 사귀였던 애인과 결혼식도 하게 됐고요. 기쁨이 두 가지가 겹쳤습니다. 그래서 결혼식 행사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을 더욱 융숭하게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랑의 답입니다.

기자들이 더 파고들었습니다. "혹시 회사의 광고를 하기 위해 꾸민 행사 아닌가요?" 신랑은 웃으며 답했습니다. "광고를 하려면 그만한 돈을 광고비에 썼겠죠. 저는 다만 제 결혼식에 더욱 많은 분을 초청해 함께 기쁨을 나누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언젠가 중국의 사회학자에게 결혼 풍속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결혼식을 자신의 처지 이상으로 성대하게 올리죠?" 학자의 설명입니다. "중국인들은 결혼식을 출생과 사망, 다음으로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깁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식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자녀가 무사히 성장하도록 도와준데 대해 감사드리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죠. 아울러 새로 출발하는 젊은이들을 부탁한다는 개념도 있습니다. 이렇게 극진히 접대했으니 앞으로 이들을 잘 도와달라는 뜻입니다.

자신 가문의 위세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 가문이 이렇게 힘이 있고 잘 나가니까 우리 아이들을 깔보면 안 돼라는 경고이기도 하죠." 중국인들이 거창한 결혼식에 매달리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상술한 두 사례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됩니다.

하지만 전통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구습이 될 뿐입니다. 거창한 결혼식이 과거에는 친지, 지인들에 대한 접대였지만 지금은 허례허식일 뿐입니다. 전에는 새로 탄생한 부부에 대해 축복과 지원을 부탁하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그저 돈 자랑질입니다.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현대에 와서는 졸부의 천박한 허세로만 해석됩니다. 당장 위의 두 결혼식이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고 있지 않습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속을 헤아리라는 꾸짖음만 사고 있고요. 이런 과도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중국의 결혼 풍속이 본래의 좋은 의도를 되살리면서도 실용적인 행사로 거듭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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