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국 담뱃갑 표지에 인쇄된 흡연경고 그림들입니다. 담배의 해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담배를 끊거나 또는 줄이게 만들겠다는 게 목적이죠. 정부는 석 달 전에 40%를 훌쩍 넘어서는 우리나라 성인 남자 흡연율을 20%대로까지 떨어뜨리겠다면서, 이런 흡연경고 그림을 넣는 방안, 그리고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법제화 과정에서 흡연경고 그림 넣는 방안은 사라져버리고 담뱃값 올리는 방안만 확정됐습니다.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심영구 기자입니다.
<기자>
현재 국내 담뱃갑에는 한 면 30% 크기의 경고문만 있습니다.
캐나다와 프랑스 등 70여 개 나라에서는 경고문과 함께 흡연 폐해를 알리는 사진을 담뱃갑에 부착합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고 흡연 경고 사진도 함께 부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고 사진 부착은 WHO 권고사항이기도 합니다.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9월 11일) : 담뱃값 인상과 함께 비가격 정책을 통한 담배 규제도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경고 사진 부착은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세수와 관계없는 부분은 나중에 논의하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부의 금연대책에서 비 가격정책의 핵심이 국회에 와서 빠지게 된 겁니다.
[성수현/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 :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도입을 안 한다고 하면 어떤 명분에 있어서는 반쪽짜리 정책이 아닌가.]
일부 흡연자들은 오로지 증세만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 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신민형/담배소비자협회 회장 : 차라리 솔직하게 세수를 늘린다고 해야지, 이건 국민 건강을 빙자해서 뜯어내는 거 아니에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추진된 경고사진 도입을 위한 법안은 지난 2002년 이후 11차례나 발의됐는데, 모두 무산됐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이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