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공백을 딛고 스크린에 컴백한 염정아에서 미스코리아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화장을 걷어낸 얼굴엔 주름과 기미가 보였다. 그 얼굴은 생활 전선에 뛰어든 40대 주부의 그대로였다. 미의 판타지를 걷어낸 이 여배우는 연기라는 옷을 입고 스크린에서 날았다. 영화 '카트'가 주는 감동의 절반은 배우들의 열연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염정아가 있었다.
'카트'는 상업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배부른 자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와 직면한 사람들의 절박한 투쟁기다. 더욱이 이것은 허구라는 테두리 아래 놓인 영화가 아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결혼을 하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아내가 된 염정아에게 '카트'가 가볍게 지나갔을 리 없다. 염정아는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잘 읽었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이야기들이 너무 와 닿아서 많이 울었다. 선희 역할을 제안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영화 찍고 나서는 남달리 보이더라. 그분들이 좀 더 기분 좋은 환경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일했으면 좋겠다 싶고 마트에 갈 때마다 진상 고객이 있지는 않을까. 지금 이분이 기분이 좋을까 안 좋을까를 살피게 되더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건 역시나 영화 그리고 본인이 맡은 캐릭터의 힘이다. 극 중 우수 직원이었던 선희는 회사에서 버림받은 뒤 노조의 중심에서 투쟁하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염정아는 "내 일이 아니라 무관심했는데 이번 역할을 맡으면서 실제 사례를 많이 알아보고 참고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후반부 마트 직원과 사측과 몸으로 대립하는 신도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부상도 많았다. 그러나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 촬영할 때는 다친 줄도 몰랐다고. 염정아는 그런 신에서 표정이나 감정은 '진짜'였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염정아의 귀환이 참으로 반갑다. 결혼 이후 가정과 육아에 충실했던 염정아지만, 이제는 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금 저에게 들어오는 역할이 대부분 엄마 역할인데 그게 어때서요? 좋은 작품만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다시 연기하니까 너무 재밌고, 현장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