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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활발한 분" 구직 공고, 알고 보니…유흥업소 도우미 모집 글

아르바이트 하려다 성폭행 피해까지

[취재파일] "활발한 분" 구직 공고, 알고 보니…유흥업소 도우미 모집 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카페 아르바이트, 혹은  바(bar) 아르바이트 보신 적 있으십니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각각 카테고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구인건수가 많습니다. 대부분 “함께 일하실 성격 좋은 분 찾아요” “가족같은 분 찾습니다” 라면서 연락을 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참 상냥한 말투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 그대로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구직사이트가 대포통장 모집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내용 보도해드린 적 있습니다. 그때도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일단 의심하고, 피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더욱 더 철저하게 의심해야 합니다. 여성을 노린 가짜 공고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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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박모씨도 이런 공고에 속아 되새기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박씨는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셔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구직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바(bar) 카테고리에 한 가게의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업무 내용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합니다. 전화를 걸었지만, 이상한 낌새는 없었습니다.

면접은 카페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일할 곳이라며 데리고 간 곳은 한 유흥주점이었습니다. 물론,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박씨는 그러나 '설마 큰일을 당할까' 하는 마음, 또 '그냥 돌아갔다가 해코지를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탓에 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하루 경험만 해보고 다시 오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 곳에서 건넨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겁니다. 

여성은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웨이터 1명과 손님 2명이 성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습니다. 박씨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눈물이 끊이지 않아 한참을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박씨를 만나 인터뷰한 조을선 기자도, 인터뷰 내용을 되돌려본 저도, 그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참 괴로웠습니다.

카메라에 인터뷰 영상을 담고 있던 공진구 영상 기자 역시, 안타까운 마음에 중간 중간, 이어폰을 빼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상기자는 인터뷰 오디오가 제대로 들어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촬영 중 이어폰을 끼기도 합니다.) 그만큼 참혹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죽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그래픽_성폭행 성범
성폭행 피의자들은 이런 말을 했답니다. 여성이 그 곳에 온 지 불과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점, 또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모른다는 점, 모두 자신들이 알 바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정도라도 생각할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면, 이런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겠죠. 이들의 입장을 굳이 적는 것은 박씨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가 ‘별일 없겠지’ 라고 생각해 업주들에게 넘어가는 이들이 있을까봐섭니다.

이건 그저 소수의 경험에 불과할까요?

직접적인 성폭행, 성추행 피해까지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사례가 적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바 구인 공고를 보고 연락해봤습니다. 면접을 보라기에 찾아갔더니 가게는 없고 한 남성이 나타나 차량으로 안내했습니다. 컴컴한 차량 안에서 면접이 진행됐습니다.
유흥업소 캡쳐_64
애초에 가게는 없었습니다. 남성은 인근 유흥주점에 접대부를 넣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접대부를 모으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린 것이었죠. 남성은 술만 따르면 된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일을 하다보면 손님과의 접촉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차’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는 여성마다 각자의 선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현장을 이렇게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잘못된 공고가 많다는 방증 아닐까요. 한 네티즌은 이렇게 재치있게 비틀었습니다.

“모던바는 모던하게 야한 짓, 뮤직바는 음악깔고 야한 짓, 보드게임방은 게임하며 야한 짓 요구하는게 대부분이에요. 보드게임방이 보드게임 하는 곳인 줄 알고 면접 보러갔더니...”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이용한 구직자 10명 가운데 2명은 구직사이트에 적혀 있는 업무 내용과 실제 업무가 다른 경험을 했답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구교현 위원장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등록된 회원이 이미 수백만명을 넘고, 분명한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법적인 규제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올 1월에 구인구직 사이트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법안에는 허위 공고가 올라왔을 때 사이트에 과태료를 물리게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죠. 현재 법안에 대해선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사이트에 책임을 묻는 것이 맞는지, 현실적으로 사이트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냐에 대한 반론도 제기됩니다.

지금으로서는 구직자 스스로 업무 내용이 모호한 곳, 면접 장소를 애매하게 제시하는 곳(00역 일대, 00거리), 저녁 시간 이후로만 면접을 보는 곳, 또 보수가 지나치게 좋은 곳은 반드시 의심해보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2014년 12월 1일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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