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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치원 보내기, 왜 이렇게 힘든가요?

[취재파일] 유치원 보내기, 왜 이렇게 힘든가요?
2015년 유치원생 모집 기간이 다가왔습니다. 유치원생은 지난해에도 그러했듯, 각 유치원에서 로또를 뽑듯이 추첨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선 예년과 달라진 게 있습니다. 유치원생 모집 과정의 혼란을 줄이겠다며 서울시 교육청이 새롭게 도입한 제도 때문입니다.

그동안 무제한으로 뒀던 유치원 지원 횟수를 제한한다는 계획입니다. '가나다군'이라는 것을 도입해서 말이죠. 애초 계획은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각 군별로 한 차례씩, 모두 세차례로 지원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군 한번, 나군 한번, 다군 한번. 이렇게 지원하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어제-27일- 개선안이 나왔는데, 아래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24일 서울시의 각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 유치원 가나다군 배치표가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끓었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이니, 이런 저런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이해 못할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원 기회를 3번으로 제한한다고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3번을 지원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내년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는 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걸어서 갈수 있거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다시 말해 통학이 가능한 인근 유치원 다섯곳이 모두 가군에 속해있다는 것입니다. 배치표를 살펴봤습니다. 85%가 가군, 15%가 나군, 다군은 0%였습니다. 세번까지 지원하라고 해놓고, 한번밖에 지원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겁니다.

비슷한 불만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한 어머니는 '도대체 누굴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심할까 싶어 서울시내 전체 유치원 모집 일정표를 뒤져봤습니다. 가군 쏠림, 다군 기피가 심각했습니다. 기자가 확인했던 25일 5시 기준으로 곳곳에서 다군은 아예 없거나, 한 두곳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유치원 일정에 따라서 군을 선택하게 했더니, 일정이 빠른 가군으로 다 몰려버린 겁니다. 신청을 받기만 하면, 유치원끼리 잘 협조해서 가나다군을 고르게 나눌것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렇다고 중복 지원을 거를 시스템도 없습니다. 물론 유치원에서 지원 명단을 받아 거를 수 있다고 하지만, 시스템이 마련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일부 유치원에서는 중복 지원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심지어 가나다군에 포함안되는 유치원도 상당수여서, 혼란은 더 가중됐습니다.

취재를 다니면서, 한 교육지원청에서 '왜 기자들이 안 오나 했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쳐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면서, 당연히 기사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웃기면서도 웃을 수 없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읍소하는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의 처지가 딱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서울시 교육청은 가나다군을 발표한 지 사흘만에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3회로 제한했던 지원횟수를 4회로 바꾸고, 가나다군을 재조정해 지원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추첨 일자도 일부 변동됐습니다.

이해를 쉽게 하려면, 가나다군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추첨 일자별로 유치원이 4그룹으로 나뉘었고, 각 그룹별로 한 번씩 지원가능해졌다는 겁니다.

잘못된 정책을 빨리 수정하는 것,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불만을 모두 해소시키진 못했습니다.

추첨일이 불과 사흘만에 바뀌면서 휴가를 낸 직장인 부모들은 당혹스럽게 됐습니다. 가나다군은 무엇이고, 지원기회 4번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중복 지원을 걸러내는 문제를 두고도 불안이 여전합니다. 지금처럼 '필요하면' 중복 지원을 확인해 걸러내겠다는 입장은 혼란만 키울 수 있습니다. 이때문에 차라리 전산상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중복 지원을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하는게 편하겠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유치원 입학이 마치 대학 입시처럼 복잡합니다. 아이 유치원 보내기 위해서 이것저것 알아야 할 게 많습니다. 굳이 극성이 아니어도, 제도대로 따르려고만 하는데도 머리를 싸매야 하는 겁니다. 복잡한 대입 정책을 간접 체험하는 선물을 받았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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