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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담요(Blanket)인가 태닝 오일(Tanning oil) 인가?

지구온난화 개념의 변화

[취재파일] 담요(Blanket)인가 태닝 오일(Tanning oil) 인가?
잘 때 덮는 담요 역할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피부를 태울 때 바르는 태닝 오일 역할을 하는 것일까?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 얘기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만큼 우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받은 만큼 내보내기 때문에 지구 전체적으로 볼 때 복사평형 즉, 평균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대기다. 대기에는 산소와 질소뿐 아니라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가스도 포함돼 있다. 이 온실가스가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에너지 일부를 붙잡아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온실효과다.

만약 지구에 대기가 없다면, 지구에서 우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붙잡는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 평균 기온은 영하 20℃까지 떨어진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이 영하 20℃가 아닌 영상 14.5℃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바로 대기, 특히 온실가스 때문이다. 온실효과는 이렇게 태초부터 있었던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 온실가스가 예전보다 조금씩 더 늘어나는 것이다. 온실가스가 늘어나면 지구 대기가 붙잡을 수 있는 열 또한 늘어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조금씩 상승하게 된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기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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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온실가스가 늘어날 경우 앞으로도 온실가스가 지구에서 방출하는 열을 점점 더 많이 붙잡는 방식으로 지구가 뜨거워질 것인가?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과 MIT, 국립대기과학연구센터(NCAR) 공동연구팀이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과정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논문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다(Donohoe, 2014). 연구팀은 기후모형의 모의 결과를 검토하고 에너지 보존 법칙을 이용해 지구 에너지 평형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에 대한 재검토다.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지구 밖에 있는 인공위성에서 측정이 가능하다. 온실가스가 과거보다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가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에너지를 붙잡는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구 밖에서 보면 최근에 증가한 온실가스가 흡수하는 양 만큼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과거보다 줄어야 한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온실가스가 과거보다 늘어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처음에는 온실가스가 흡수하는 에너지만큼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감소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에너지가 당초 생각처럼 온실가스가 흡수하는 만큼씩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줄어들었던 부분이 점차 회복됐고 심지어 수십 년(실험에서는 20~60년)이 지난 뒤에는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에너지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지금까지 생각했던 지구온난화 개념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선 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지구에서 방출하는 에너지가 늘어난다는 부분이다. 뜨거운 물체가 차가운 물체보다 더 많은 열을 방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온실가스가 늘어날수록 온실가스가 흡수하는 에너지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지구에서 방출하는 에너지가 늘어나는 것이 온실가스가 흡수하는 양보다 오히려 더 많아지기 때문에 지구 밖에서 볼 때는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지구에서 방출되는 총 에너지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수증기에 관한 부분이다.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대기 중에는 수증기가 늘어나게 된다. 더운 여름철이 추운 겨울철보다 습도가 높은 것과 같다. 수증기가 온실가스 역할도 하지만 수증기는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온난화로 수증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구는 더 많은 양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기온이 올라가게 되고 기온이 올라가는 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눈이나 얼음, 빙하도 지구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를 덮고 있는 눈이나 얼음, 빙하가 매년 일정하다면 지구 평균 기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를 덮고 있는 눈이나 얼음, 빙하가 점점 더 많이 녹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눈이나 얼음, 빙하는 태양 빛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이들이 녹아 땅이나 물이 드러날 경우 눈이나 얼음, 빙하로 덮여 있을 때보다 지구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는 늘어나게 된다.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눈이나 얼음, 빙하는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기온이 상승하는 만큼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 또한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1차적으로는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열을 붙잡아 기온 상승을 유도하지만 일단 온난화로 기온 상승이 시작되면 2차적으로는 대기 중의 수증기나 지구를 덮고 있는 눈과 얼음, 빙하 등의 변화가 지구온난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온난화 초기에는 온실가스가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열을 붙잡아 지구 기온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뒤부터는 온실가스가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열을 붙잡아 기온을 상승시키는 부분보다는 온난화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나거나 눈과 얼음, 빙하가 녹아 태양에너지를 보다 더 많이 흡수하는 부분이 지구 기온 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수영장이나 해변에는 온몸에 태닝 오일을 바르고 구릿빛 피부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태닝 오일은 기본적으로 자외선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피부에 도달하는 자외선을 잘 흡수하고 표피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세포를 보다 잘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구릿빛 피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지구온난화 초기에는 기존의 생각처럼 온실가스가 담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단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태닝 오일이 자외선의 영향을 극대화시켜 태닝의 효율을 높이는 것처럼 지구 환경이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바뀌면서 온난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직접 가든 다른 곳을 들러 가든, 나가는 열을 잡는 방법을 택하든 아니면 들어오는 열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든 결과만 놓고 보면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간 과정을 제대로 알아야 지구온난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참고문헌>
 
* Donohoe, A., K. Armour, A. G. endergrass, D. S. Battisti. 2014: Shortwave and longwave radiative contributions to global warming under increasing CO2.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412190111
 
<도움말> 임이석(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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