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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포 통장이라뇨?"…아르바이트 공고는 덫

[취재파일] "대포 통장이라뇨?"…아르바이트 공고는 덫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 거의 매주 끊이지 않고 보도됩니다. 그 기사에 열이면 열, 등장하는 게 대포 통장입니다. 도대체 그렇게 많은 대포통장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신기할 정돕니다. 보이스피싱 뿐 아니라, 파밍, 메신저 피싱 등 각종 범죄에 있어서 대포통장은 필수 구성요소처럼 돼 버렸습니다.

한 대학생의 경험담입니다. 어느 날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만들어놓고 한번도 사용해 본적 없는 계좌입니다. 이상해서 경찰과 은행에 물어보니, 대포 계좌로 사용된 것 같답니다. 은행 거래가 제한됩니다. 경찰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오라고 통보합니다. 대포통장 명의자이기 때문이랍니다.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대학생 입장에선, 경찰서란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며 경찰관 앞에서 결국 엉엉 울고 맙니다.

최근 이렇게 통장이나 체크카드 잘못 만들었다가 낭패를 본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이 눈에 띕니다. 통장을 만들어주고 돈 한푼 받은 적 없는데,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혹시 ‘아, 내 경험과 정말 같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은 없으신지요.
단기알바 사기
취재 중 만난 이들은 모두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 공고를 보고 연락했다가 이런 처지가 됐습니다. 모델하우스 안내 아르바이트나, 학원 교재 관리 아르바이트, 전자 금융회사의 사무직 아르바이트 등 이들이 본 공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누군가가 가짜 이름을 내걸고 대포통장을 모집하기 위해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겁니다.

허위 공고인지 상상못한 학생들에게 몹쓸 누군가는 온갖 거짓말을 쏟아냅니다. 컨설팅 회사라면서 “부유층 고객들의 절세를 위한 일이다. 가짜 직원으로 등록하고 차명 계좌를 제공하면 월급을 주겠다” 이런 곳이 있었습니다. “회사 출입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체크카드와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카드를 만들어라” 이렇게 유도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의 끝에는 ‘비밀번호 받아내기’가 있습니다. IC 카드를 초기화해야 한다며 재촉하기도 하고, 잠깐 알려주고 바꿔버리라며 안심을 시키기도 합니다. 혹은 다른 종류의 숫자를 쓰게 해서 비밀번호를 유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밀번호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손쓸 수가 없습니다. 첫 출근날 연락이 끊어지고, 사무실을 찾아가도 업체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속았단 생각이 들어 카드를 살펴보면, 벌써 돈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뒤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구제 방법이 없냐고 문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피해라며 해줄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사이트의 유명세를 보고 나쁜 일자리는 어느정도 걸러질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죠.

피해가 발생한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는 과정, 아주 쉽습니다. 아이핀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사업자 등록증이요? 없어도 됩니다. 비회원 유료 공고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모르는 아르바이트 지원자들은 그래도 내가 지원한 업체가 가짜는 아닐 것이라고 그렇게 또 속아넘어갑니다.

취재내내 참 안타까웠습니다. 누가 이런 것에 속아 넘어갈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속았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대포통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고 털어놨습니다. 정보가 없었던 겁니다.

수능이 끝난 다음이고, 곧 겨울방학이다보니,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지원자들이 몰릴 겁니다. 현재로서는 과하게 많은 돈을 주겠다는 일자리, 업무 자체가 모호한 일자리는 피하는게 좋습니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공고 가운데 진짜, 가짜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고, 공고를 올린 이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먹이감으로 노리고 각종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 공고는 덫일 수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덜 속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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