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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베가 예뻐서? 문제는 '소선거구제'

왜 '아베를 위한 선거'일까요?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왜 이길까요? 중의원 해산의 대의명분도 없고, 지지율도 예전 같지 않은 데 무엇 때문일까요? 일본 사회의 우경화? 낮은 투표율? 부분적으론 맞는 대답일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12월 14일 총선거에서 자민당 즉 아베 총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소선거구제'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분열된 야당'이 충족되면, 아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 완성되는 겁니다.

지난 2012년 중의원 선거를 돌아보면 더욱 이런 상황이 명확해집니다. 당시 지역구 3백석 가운데 현재 연립여당이 246석(자민당 237석+ 공명당 9석)을 얻었고, 야당은 단 54석 (민주 27석 + 유신회 14+ 무소속 등 13석)에 그쳤습니다. 의석 비율로만 보면 여당이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득표율을 보면 상황은 확 달라집니다. 연립여당은 2,653만 표를 획득했고, 야당은 3,309만 표를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표로만 본다면 현재 야당이 이긴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이게 소선거구제의 함정 때문입니다. 야당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1등 한 사람만 당선되는 소선거제는 30%정도의 득표율로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표가 강하고, 투표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에서 강점을 가진 자민당과 공명당이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민당의 현재 정당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정당 지지율 1등입니다. 이걸로 충분한 겁니다. 

정치학 교과서에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귀결된다고 돼 있습니다. 분열되면 이길 수 없는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결국 보수의 대표정당과 진보의 대표정당 사이의 양자대결로 바뀐다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은 다릅니다. 정당이 너무 많습니다. 진보를 대표하는 정당만 사민당, 공산당 2개가 있고,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은 자민당, 유신회, 다함께당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다 제1야당은 중도노선의 민주당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민당, 공산당이 합당할 리도 없고, 자민당에서 떨어져 나온 민주당이 야당통합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전후 이후 50년간 일본을 지배했던 자민당이 앞으로도 대단히 큰 실정을 하지 않는 한, 선거에서 쉽게 패배하기 어려운 구도가 다시 정착된 겁니다. 요약하면 지금의 일본 정치 지형은 '아베 필승' 구도인 겁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입니다. 하지만 선거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때만 그렇습니다. '조직화한 다수'가 '비조직화한 더 많은 다수'를 표로써 이길 때는 민주주의 이념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정치공학에만 골몰하는 많은 권력자는 이런 민주주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가 결국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아도, 중의원 해산이 대의명분이 없다는 사람이 80%가 돼도,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것을 권력자는 아는 겁니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고 너무 자주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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