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후천적 요인에 의해 명문대 진학률 높아"

서울에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자사고 학생들은 타고난 능력보다 후천적 요인에 의해 명문대 진학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 불균형이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오형나 경희대 교수와 정진화 서울대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제8회 한국교육종단연구 자료집에 게재한 '대학입시에서의 고등학교 프리미엄과 프리미엄 확보를 위한 사교육 지출'이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폈습니다.

이번 연구는 2005년 중학교 1학년에 진학한 학생 6천908명이 대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교육 발달 상황을 7년간 추적한 설문자료를 토대로 이뤄졌습니다.

설문조사 첫 해 중1이었던 응답자에게 자신의 초등학교 성적등급을 9단계(1이 최저, 9가 최고)로 표시하도록 한 뒤 이들의 고교 진학유형을 확인한 결과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의 초등학교 성적등급이 7.13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이 일반고, 자사고 순으로 나타나 적어도 초등학교 당시 자사고 학생의 성적이 일반고를 앞서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다시 초등학교 성적이 최상위 단계에 해당하는 학생 575명의 고등학교 진학유형과 명문대 진학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의 대학진학 확률은 56.1%, 명문대 진학 확률은 17.07%였으며,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의 대학진학 확률은 63.42%, 명문대 진학 확률은 3.98%였습니다.

이에 비해 자사고에 입학한 학생의 대학진학 확률은 80%, 명문대 진학 확률은 20%로, 대학진학과 명문대 진학 확률 모두 자사고 출신이 일반고뿐 아니라 특목고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이들 중 전문고에 진학한 학생의 대학교 입학확률은 45.83%, 명문대 입학확률은 0%로 자사고나 특목고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타고난 기초 학습능력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학부모의 사회적 조건이 좋지 않을 경우 전문고에 입학하게 되고 대학진학 및 명문대 진학의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반대로 자사고 학생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전반적으로 우위에 있었으며, 이들 부모의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과 투자의지가 입시경쟁에서 자녀의 대학 또는 명문대 입학확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노동시장에서 명문대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은 소득의 불균형이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오늘(2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