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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개인정보…등잔 밑 어두운 공기업

<앵커>

지방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공기업에서 개인 정보는 물론이고 회사 기밀 문서까지 줄줄이 새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공기업에서는 무슨 자료가 어떻게 새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박아름 기자입니다.

<기자>

본사 이전작업이 한창인 한국전력 주차장입니다.

쓰레기장 옆 공간에 빨간 포대 자루가 쌓여 있습니다.

나르고, 또 나르고,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오고 갑니다.

자루 안에 두꺼운 종이뭉치가 가득한데 문서 내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감사실 대외비 자료부터, 직원들의 학력, 입사연도와 근무지 등 개인정보가 가득한 명단에, 심지어 고객 이름과 수납 정보까지 모두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파쇄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보안문서입니다.

그런데 기록물이 담긴 자루를 그대로 화물차에 옮겨 싣기 시작합니다.

문서를 싣고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에 있는 고물상입니다.

자루째 담겨온 이 자료들은 과연 제대로 폐기되는 걸까.

고물상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한전 문서들이 바닥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고물상 직원 : (어떻게 처리되는 거예요? 여기 있는 종이들은?) 저렇게 압축을 해요. 덩어리로 묶어서 제지회사로 보내면 갈아서 다시 종이를 만들죠.]  

파쇄나 불태워지는 게 아니라 일반 폐지와 섞여 버려지는 겁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기록물관리법에는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료를 파쇄하거나 소각하도록 돼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담당 직원 : (이사하면서 나오는 기록물이나 개인정보 같은 게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요?) 매주 금요일에 각 처·실 (직원들이) 입회하에 파쇄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매일 (주차장에) 차를 대기해서 파쇄가 바로 현장에서 이뤄지도록.]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한전 측의 설명과는 달리 파쇄 차량은 취재 내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물차 운전기사 : 오후까지 있다가 톱니가 고장 나서 들어간 거예요. (이걸 통째로 (밖으로) 가져가는 거 아닌가요?) 아니요. 그건 절대로 아니죠. 워낙 물량이 많으니까 (임시로) 실어놓은 거였어요.]    

한전으로부터 문서 파쇄 용역을 받은 업체가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록물을 파쇄하지 않은 채 일반 폐지와 섞어 버려온 겁니다.

[폐지업체 직원 : 솔직히 말씀드리면 파쇄된 종이 단가랑 이렇게(멀쩡한) 종이 단가가 다릅니다. 파쇄한 게 입자가 얇아서 비용이 더 들어가죠.]  

한전 측은 SBS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공공기관의 허술한 보안 의식은 애먼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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