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튀니지 대선은 세속주의 구정권과 이슬람 세력의 대결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에서 23일(현지시간) 시행된 대통령 선거는 세속주의 성향의 구정권과 이슬람 세력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다.

구정권의 핵심 인사이자 원로 정치인인 베지 카이드 에셉시(87)는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받는 반체제 인사 출신의 몬세프 마르주키(69)와 함께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힌다.

세속주의 정당 니다투니스(튀니지당)를 이끌고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에셉시는 구정권을 대표하는 인사다.

그는 튀니지의 독재 정권 당시 주요 핵심 요직을 두루 맡았다.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하고 나서 튀니지의 첫 대통령이 된 하비브 부르기바가 30여년 간 장기 집권할 당시 내무장관을 포함해 국방, 외무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다.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권좌에서 물러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체제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이러한 이력으로 그는 구정권의 회귀를 상징하는 인물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에셉시는 시민혁명 이후 급부상한 이슬람주의 세력에 맞설 유일한 세속주의 성향의 지도자로서 비교적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튀니지의 좌파 운동가와 노동조합, 엘리트 계층, 질서 있는 사회를 바라는 시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대선 유세 기간 '국가의 위엄'이란 슬로건 아래 튀니지의 정국 안정을 호소했다.

반면 인권운동가 출신의 마르주키는 이슬람주의 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다.

마르주키는 튀니지 독재정권 시절 반체제 활동으로 명성을 쌓았다.

벤 알리 집권당시인 1994년에는 선거 결과에 항의해 투옥됐다가 국제사회의 압력 덕분에 4개월 만에 풀려난 후 프랑스로 망명길을 떠났다.

마르주키는 약 3년 후 튀니스로 돌아왔지만,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탄압으로 외국으로 다시 나갔다가 2011년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귀국해 제헌의회 투표를 통해 제한적 권한을 지닌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지금도 제헌의회에서 주축을 이룬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의 회원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엔나흐다는 이번 대선에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았다.

마르주키는 유세 기간 시민혁명의 결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후보로 자신을 내세우며 이번 대선을 구정권에 대한 '최후의 저항'이라고 정의했다.

일각에서는 에셉시와 마르주키의 사상과 구정권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다르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면 양측이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니다투니스와 엔나흐다는 지난달 총선에서 1, 2위를 차지했지만 양당 모두 과반을 얻지 못했다.

니다투니스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약 38%에 해당하는 85석을 확보했고 엔나흐다는 68석(31.3%)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에셉시는 지난 선거 운동 기간 필요하면 이슬람주의자들과 권력을 배분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