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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우체국장 송길원 목사 "슬픔 무마해선 안돼"

세월호 아픔 다룬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 발간

하늘나라 우체국장 송길원 목사 "슬픔 무마해선 안돼"
"슬픔은 멈추라고 제안할 수 없습니다. 멎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인 지난 7월 24일 진도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이 세워졌다.

희생자나 유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비롯해 참사와 관련한 글을 접수하는 곳이다.

하나뿐인 수신전용 우체통이다.

우체통을 설치한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57) 목사가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해피홈 펴냄)란 책을 냈다.

'하늘나라 우체국장'이 재난당한 이들을 위해 쓴 '심리처방전'이라고 할까.

성경에 나오는 엘리야 이야기를 토대로 세월호 참사와 영화 '밀양'의 신애(전도연 분)가 당한 고통 등 재난심리를 상담자 시각으로 해석했다.

또 재난당한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위로할지도 조언한다.

20일 서울 청진동에서 만난 송 목사는 "슬픔도 총량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울게 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진심으로 함께 아파해야 이겨낼 수 있다. 어설프게 얼버무리거나 대충 무마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재난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냐 하는 문제"라고 했다.

하늘나라 우체통에는 지난 19일까지 2천243통의 편지가 접수됐다.

현장을 방문해 직접 써 넣은 편지도 있고, 전국 각지에서 우편으로 보내온 것도 많다.

받는 사람을 '팽목항 하늘나라 우체통'이라고 적으면 팽목항 우체통으로 배달된다.

편지 내용은 주로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세월호 선장에 대한 분노, 희생자 애도, 유족에 대한 위로가 많다고 송 목사는 전했다.

일부 편지 내용은 책에도 소개됐다.

"얼굴 한 번 만져보자 우리 아기/심장이 터질 것 같애/니 목소리 니 노랫소리/엄마는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데 이게 꿈인 거니"(희생자 엄마) "처음 느꼈을 죽음의 공포와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남겨둔 채 떠나버리게 된 건..어쩌면 세상에 무관심했던, 너희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때문일 거야.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 너희가 있을 곳이고, 지옥이 있다면 너희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가야 할 곳일 거야"(참사 100일째 한 시민) 송 목사는 "예전에는 동네에서 상을 당하면, 서로를 위로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싸웠던 이들도 화해하는 '힐링캠프'가 됐다"며 "요즘은 죽음과 관련한 공동체 문화가 없어지고 그 자리를 가벼운 장례식장 문화가 차지했는데, 아파트로 대표되는 거주형태의 변화가 주 원인"라고 분석했다.

그는 "죽음은 멀리 있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의 문화가 없어진 곳은 비참한 사회다. 죽음에 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내년 세월호 참사 1주년에 맞춰 하늘나라 우체통에 접수된 편지를 모아 희생자 애도 서간집을 내기로 했다.

잊지 않고 있는 국민이 많다는 걸 이 땅과 하늘나라에 알리기 위해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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