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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류 요리사들, 주방 내 폭력 없애기 나서

프랑스의 온라인 레스토랑 안내 사이트인 르푸딩 닷컴(LeFooding.com)과 요리관련 뉴스 사이트인 아타불라(Atabula)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최한 회의를 통해 일부 유명 레스토랑 주방에서 수습생들이 당하는 각종 폭력의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2개를 받은 은퇴 요리사 제라르 카냐 역시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프랑스 최고의 장인(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칭호를 받은 요리사 5명이 함께 서명한 성명에서 주방 내 폭력행위에 눈감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었습니다.

미슐랭으로부터 별 3개를 받은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프레 카탈랑'에서 한 수습 요리사를 다른 주방 직원이 뜨거운 숟가락으로 팔에 화상을 입힌 일이 벌어지면서 레스토랑 주방 내 폭력행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습니다.

이 식당은 이 사건 후 가해자를 식당에서 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타불라의 편집장 프랑크 피네-라바루스트는 웹사이트에 "주방 내 침묵의 문화와 블랙리스트에 오를지 모른다는 우려, 증거부족 등으로 고발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주방 내 폭력행위 근절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감사의 내용이 담긴 100∼200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히고 폭력행위의 원인이 주방이라는 공간이 매우 젊고 남성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승진 경쟁이 존재한다"면서 "주방장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늘면서 주방장 바로 아래의 2인자가 자신의 존재감과 힘을 과시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많은 유명 요리사들은 주방 내 폭력이 과거에는 더욱 심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편집장 피네-라바루스트는 그나마 주방 개방과 같은 변화들로 주방 내 폭력행위 등을 숨기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요리 전문가인 티에리 마르는 "우리 모두 주방장이 퇴짜를 놓은 접시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봤지만 주방 내에서 싸움은 보지 못했다"면서 "요리사들이 젊어지고 종종 주방 관리 경험도 적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레스토랑 비평이 증가하는 것도 요리사들을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주방 내에서 화상을 입히는 행위 등은 철저히 배격되고 있지만 요리사라는 고된 직업에 요구되는 참을성을 길러주기 위해 후배들을 호되게 취급하는 것은 일정 정도 용인되는 실정입니다.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에 종종 등장하는 요리사 크리스티앙 에체베스트는 "15살에 시작해 이제 45살이 됐다. 엉덩이를 차이고 양갈비뼈로 머리를 맞곤 했지만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고된 직업인 만큼 정신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습 시절 괴롭힘에 이골이 났다는 24살의 요리사 레미도 이 같은 경험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 달쯤 일하면서 가스파초(스페인식 채소수프)를 만들었었는데 주방장이 맛을 보고는 양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방의 모든 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프를 내게 쏟아부은 적이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는 "종종 울면서 집으로 가곤 했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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