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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테임즈를 통해 본 강정호의 '적정 몸값'

[취재파일] 테임즈를 통해 본 강정호의 '적정 몸값'
에릭 테임즈(NC)는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타자였다. 1.110의 OPS로 전체 3위, 외국인선수 가운데 1위에 오를 정도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982년 백인천 이후 최고의 OPS인 1.198을 기록한 강정호(넥센)에는 조금 못미친다. 하지만 두 선수 홈구장의 파크팩터(목동구장은 타자에게 조금 유리하고 마산구장은 조금 불리하다)를 고려하면, 둘의 공격력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올 겨울, 메이저리그 구단이 '테임즈 수준의 공격력'을 가진 유격수를 영입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OPS+라는 기록이 있다. 한 마디로 '리그 평균 대비 OPS'다. 100이 리그 평균, 클수록 좋다. Baseball-Reference.com에서는 해당 선수의 파크팩터까지 감안해 보정한다.

테임즈의 메이저리그 2년 통산 OPS+는 96이다. 즉 리그 평균대비 96%의 공격력을 보였다. 테임즈의 미국 시절 주포지션인 코너 외야수의 공격력으로는 다소 아쉽다. 테임즈가 빅리그에서 활약한 2년간 좌익수의 평균 OPS+는 103, 우익수는 100이었다.

그런데 테임즈가 찍은 OPS+ 96이 유격수의 기록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 지난 시즌 30개팀 주전 유격수 가운데 96 이상의 OPS+를 기록한 선수는 9명 뿐이었다.

- J.J 하디는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지만 공격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지난해 OPS+가 93에 불과하고 3년 평균은 91로 내려간다. 볼티모어는 내년에 33살이 되는 하디를 3년간 4천만 달러에 붙잡았다.

-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워싱턴)와 제드 라우리(오클랜드)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야수들이다. 유격수로서 부족한 수비력, 준수한 방망이 실력을 가졌다.

카브레라의 올 시즌 OPS+는 96. 라우리는 93이다.  이번에 나란히 FA 자격을 얻은 두 선수는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브레라의 경우, 3년 전 클리블랜드와 맺은 3년간 2천 1백만 달러보다는 훨씬 나은 조건의 계약을 할 것이 확실하다. 예전보다는 실력이 못하고 이제 30대에 접어들지만, 이 정도 수준의 야수도 희귀하기 때문이다. '공격력을 갖춘 내야수'라는 공급이 부족한 반면, 사상 최고 매출과 순이익을 시즌마다 경신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들은 투자할 돈을 쌓아두고 있다. 

메이저리그 팀들의 두둑한 주머니 사정과,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 속에 공격력을 가진 야수를 갈구하는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도 벌어졌다. 최고의 짠돌이 구단 마이애미가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13년간 3억 2천 5백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안겨준 것이다.  
강정호 연합

강정호는 카브레라보다 두 살, 라우리보다 세 살이 어리다.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었고, '테임즈 수준의 공격력'을 보일 것이 유력한 유격수에게, '중위권 내야수 FA 수준의 투자'는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

덧붙여) 외국인선수와 성적 비교를 통해, 강정호가 김광현-양현종에 비해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할 것이 확실하다는 근거도 얻을 수 있다. 당신은 다음의 세 투수 중에 누구를 영입하고 싶은가?
 
취파

(FIP : '수비 무관 평균자책'. 수비진의 능력과 운이 개입하는 평균자책점 대신, 순수한 투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들, 즉 삼진-볼넷-홈런 허용-으로 '추정한 평균자책점'이다. 투수의 실제 기량을 보여주고 미래 성적을 예측하는데 평균자책점보다 유용하다.) 

A는 김광현, B는 양현종, C는 밴덴헐크다. 즉 밴덴헐크는 김광현, 양현종보다 훨씬 좋은 투수다. '좌투수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올 시즌 세 투수의 좌타자 상대 기록은 이렇다.
취파
즉 셋 중 좌타자를 가장 잘 제압한 투수도 좌투수인 김광현-양현종이 아닌 밴덴헐크였던 것이다.
 
만약 메이저리그 팀이 밴덴헐크를 영입하려면, 'FA 시장 기준'으로 거액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알 수 있듯, 밴덴헐크보다 김광현-양현종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이유는 많지 않다. 김광현-양현종이 더 큰 도전을 위해 (강정호에 비해) 조금 박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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