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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산 전쟁…공무원들로 분주한 국회

[취재파일] 예산 전쟁…공무원들로 분주한 국회
일요일 오후인데도 국회의원 사무실에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원 사무실은 물론 아예 층 전체가 불이 꺼진 곳도 많았지만 몇몇 의원실만은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국회 예결특위 산하의 예산안조정 소위 위원들의 사무실이었습니다.

의원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소속 부처도 다양했지요. 제가 의원실에 있던 20분 남짓한 시간동안에도 일찍부터 찾아온 육군본부 공무원들이 의원실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고, 식약처에서도 7~8명의 공무원들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옆에서 카메라로 모습을 찍고 있었지만 공무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보좌관에게 문서를 들이밀었습니다. 사업에 배정된 예산의 필요성, 사업의 목표와 당위성 등을 설명하는 자료였지요. 한 마디로 ‘이 사업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취파

예산안조정 소위의 한 보좌관은 “평일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공무원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말했습니다. 안 다녀간 시도지사가 없을 정도고 각 부처의 기관장들도 수시로 찾아온다고 말했지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다보니 인상에 남기기 위해 간식거리 등을 들고 찾아오는 공무원들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국회에 공무원이 몰리는 건 예산안 조정 소위 위원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부처의 예산안은 국회 16개의 상임위원회가 먼저 심사를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예비심사일 뿐입니다.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최종적인 증액과 감액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올해의 경우 상임위원회를 거치면서 예산을 늘리고 줄여 결과적으로 13조 5690억 원이 늘었지만 예산안조정소위의 결과에 따라 이 수치는 변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무려 376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최종 결정하는 여야 의원은 모두 합해 15명에 불과하니 이들 한 명 한 명의 권한은 엄청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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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12월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2주 밖에 시간이 안 남은 것인데,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쟁점들이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복지예산이지요.

먼저 여야가 상임위에서부터 합의를 이루지 못한 문제가 누리과정 예산입니다. 3살에서 5살 사이의 취약 전 아동의 보육료인 2조원 대의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지, 지방교육재정이 부담해야 할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23조 1항에 따라 무상보육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예산으로 무상보육을 담당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 지원 확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만큼 열악한 지방재정에만 맡길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지방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야심차게 제기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을 두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내년에 신혼부부 3만 쌍에게 저렴한 월세로 공공 임대주택을 주고 2만 쌍에게는 2% 대의 싼 이자로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 15조 원에서 3조원을 활용하고 내년 예산안에 2400억 원을 추가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임대주택 건설에 4년이 걸리고 3만호를 지으려면 4년에 걸쳐 3조 6천억 원이 필요하다”면서 국가 재정을 어렵게 만들고 저소득층이나 1인 가구 등 더 어려운 계층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지난 6월 예결특위를 상임위에 준해 회기 중 2회 이상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분리국감으로 8월에도 국감을 실시해 예산 심의를 충실히 하겠다는 것에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법 협상 등 쟁점으로 지난해 결산안 처리 시한도 못 지켰고, 분리국감도 무산됐지요. 내년엔 최소한 여야 합의대로 국회 일정을 지켜 '졸속', '부실' 예산안 심사라는 오명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 예산 전쟁 본격화…'복지' 놓고 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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