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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육과정평가원, 파스타 값 8억원이 아깝다

[취재파일] 교육과정평가원, 파스타 값 8억원이 아깝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유명해진 기관이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8억 파스타' 의혹을 제기한 덕분이다. 김 의원은 평가원 직원들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특정 파스타 집 한 곳에서만 법인카드로 8억 2283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파스타 가격을 1만 5천원으로 가정하면  5만 4856인분을 먹은 셈이고, 평가원 직원 한 사람당 203접시를 해치운 것이라고 김 의원은 계산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주장을 [8시 뉴스] 리포트로 보도하지 않았다.

들어보니 평가원 해명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었다. 같은 기간 평가원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식비의 총액이 다른 기관보다 많지는 않았다. 비슷한 수준이었다. '파스타 8억원어치' 먹었다고 해서 밥값으로 많은 돈을 쓴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유독 특정 파스타집 한 곳에서 법인카드가 집중 결제됐다는 점이었다. 평가원은 "(그 파스타 집은) 평가원 건물에 입주해 있는 유일한 음식점으로 이동 편의와 회의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기 적합해 회의 시 자주 이용했다"며 "참석자들이 해당 식당을 이용할 경우 주차비용을 일부 절감할 수 있어 회의에 자주 참석하는 분들은 이 식당을 선호한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8억원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3년 6개월 동안 8억 2천만원을 결제했다면 한 달에 1952만원씩 쓴 것이다. 주말을 제외하하고 한달을 20일로 잡아면 하루 97만원씩 먹은 셈이다. 김 의원은 평가원이 하루에만 17 차례나 그 파스타집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카드깡 의혹도 제기됐다.

교육과정평가원은 "회의가 워낙 많다."고 설명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외부 손님이 참석하는 회의가 하루에 보통 10번 넘게 열린다. 외부손님 모시고 식사하러 가면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우리가 다 먹은게 아니다. 17번 결제한 날은 유독 회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예 17번 결제 내역을 전부 메일로 보냈다.

결제 내역을 살펴보니 의심스런 부분도 있지만 카드깡이나 부정사용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원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우리 평가원이 그렇게 부끄러운 기관은 아닙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파스타를 먹은 건 사실이지만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특별 점검하라고 지난 달 28일 지시했다.)

물론 법인카드로 파스타 먹을 수 있다. 8억원 쓸 수도 있다. 규정 위반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것 없다. 더 중요한 건 파스타를 먹으면서 평가원이 한 일이다. 세금으로 파스타를 8억원 어치나 먹었으면 밥값은 해야할 것 아닌가. 일단 하루에 17번이나 법인카드를 긁었다는 그 날 어떤 명목으로 파스타를 먹었는지부터 살펴보자. [자료제공: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임찬종 기자 취파
역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역시 수학능력시험 관련 회의다. 수능 출제는 평가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평가원 직원들이 먹은 파스타 값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내주는 것도 수능 출제를 담당한 국책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스타를 많이 먹으면서 준비한 2014학년도 수학능력 시험에 평가원은 엉터리 문제를 출제했다.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명백한 오류였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학생들과 1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패소한 뒤에야 잘못을 인정했다. 그 사이 평가원은 소송비용으로 8250만원을 썼다. 파스타 5500 접시를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실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올해(2015학년도)도 오류가 반복됐다. 영어 문제에 '%p'라고 써야 할 곳에 '%'를 써서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생명 과학 문제에도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관련 이의신청은 벌써 1100건이 넘었다. 이미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이다. 아직 지난 해 수능 오류로 인해 피해를 본 학생들은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가원이 애써 해명한대로 법인카드로 파스타 먹었다고 꼭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규정 위반 여부는 총리실 특별 점검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 평가원은 밥값을 못했다. 파스타값 8억원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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