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가까이하기엔…' 다가서는 푸틴과 거리 두는 메르켈

'가까이하기엔…' 다가서는 푸틴과 거리 두는 메르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가서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거리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을 놓고서다.

푸틴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제1공영 ARD TV 인터뷰에서 지난 10∼15년 러시아와 독일이 다져온 우호관계를 높게 평가했다.

두 국가의 관계를 토대로 러시아와 유럽, 나아가 세계의 관계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도 강조했다.

과거 냉전 해체를 주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지난 8일 발언을 연상시킨다.

고르바초프는 당일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기념토론에서 신(新)냉전을 막으려면 러시아와 독일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의 중심국인 독일과 러시아가 대립할 것이 아니라 협력하면서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에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꼭 고르바초프의 이 말이 아니어도 미국 주도의 서방 측의 압박에 더해 따돌림까지 받게 된 러시아로서는 독일이 그나마 기댈만한 상대국임이 틀림없다.

두 국가의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이다.

지난 3월 한 외신이 전한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35%가량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다.

유럽연합(EU) 평균을 크게 웃돈다.

독일의 러시아에 대한 투자 액수는 지난해 10월 현재 220억 달러(23조5천억 원)다.

독일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러시아 회사는 6천100곳을 헤아린다.

또 러시아 국민 20만 명이 독일에 살고, 독일계 혈통의 옛 소련 출신 거주자도 25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는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17일 푸틴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등을 살짝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호주 로위 국제정치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비판하고, 전후 유럽 질서에 중대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그는 "냉전이 끝난 지 25년인데 누가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리라 생각이나 했겠느냐"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몰도바,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세르비아와 다른 서쪽 발칸 국가들의 안위를 걱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더 패권을 확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분쟁 확대를 초래할 군사적 제재보다는 경제제재를 유지하며 인내심 있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서방에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언급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호주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날 밤 4시간가량 회동하고 나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일단 메르켈의 이런 자세로 미뤄볼 때 독일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서 생길 생채기보다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균열로 빚어질 상처를 더 크게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일간 디 벨트는 지난 8월 21일 현재, 올해 들어 푸틴 대통령이 모두 120차례 외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그 중 메르켈 총리와 33차례로 가장 많이 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긴밀하게 협의한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푸틴이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시절 옛 동독 드레스덴에서 근무해 독일어를 이해하고 메르켈 총리는 학창 시절 러시아를 열심히 익혀 15세 때 학생대표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두 사람의 가까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많이 거론되지만, 지금은 둘 다 서로 '말'이 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