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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싱글세' 논란과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

부실한 저출산 대책 10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때

[취재파일] '싱글세' 논란과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
지난 주 한 신문에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1인 가구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실리면서 종일 온·오프라인에서 ‘싱글세’가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싱글세와 같은 페널티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신문은 보도했지만, 복지부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를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내면서 이 기사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농담이 와전됐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비롯해 인터넷 상에서는 ‘결혼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더 내라는 거냐?’는 성토 글이 이어졌습니다. 사실무근이라는 복지부의 해명에 ‘간을 본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싱글세’ 관련 해프닝이 큰 소란을 일으킨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정부의 부실한 저출산 대책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정부도 인정하고 국민들도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은 10년 넘게 1.3명을 넘지 못하며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관련 대책이 나오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인데, 10년이 지나도록 별 효과가 없다는 뜻입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주 저출산 관련 한 세미나에 참석해 그 동안의 저출산 대책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현재로서는 출산율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 정책 어디엔가 구멍이 있는 거 아닌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들을 잠깐 볼까요? 정부 정책 중 대표적인 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보육료와 유아학비, 양육수당 등을 지원하는 겁니다. 시간제 돌봄서비스나 초등돌봄교실 확대도 비슷한 취지에서 이뤄지는 정책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정책은 임신, 출산 지원과 육아를 위한 휴가나 휴직 확대가 있습니다. 출산전후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이 포함됩니다.

이밖에 3자녀 이상 가구에 주택을 특별 공급한다든가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것, 전기요금이나 자동차 취등록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자녀 가정 우대 정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보육료, 유아학비 지원은 계속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 사이의 책임(예산) 떠넘기기 속에서 ‘불안불안한’ 집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공약한 돌봄교실 확대는 한 마디 사과도 없이 기재부의 외면 속에 물 건너간 공약이 되어버렸습니다.

임산부와 배우자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공기업과 대기업의 얘기일 뿐 영세사업장, 일부 중견기업에서 일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다수의 근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있는 정책 혹은 약속한 정책들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이런저런 세금 감면 정책이 주택구매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위에 열거된 각종 저출산 대책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겁니다.

‘아이가 행복한 나라’,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부모)이 행복한 나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경쟁 중심의 교육을 바꾸고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큰 그림’에 대한 고민 없이 저출산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묘책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시행 10년~20년이 지나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는 게 인구정책의 특징입니다. 당장 표를 얻는 정책에만 관심을 보이고, 10~20년 뒤 국가 미래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는 정부라면, 한 마디로 자격 미달입니다. 10년 동안의 정책들이 출산율을 조금도 끌어올리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싱글세’ 같은 손쉬운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 앞날은 암담할 뿐입니다. 

진지한 고민 없이 쉬운 정책만 늘어놓고, 그것도 선거철이 지나자 돈(재정)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한 발 빼더니, 이번엔 돈(세금) 걷는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리까지 들리니 사람들이 기가 막혀 할 만도 하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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