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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이범 "수능 영어·생과Ⅱ 출제오류? 출제오류 아닌 것 같아"

* 대담 : 이범 교육평론가

▷ 한수진/사회자:
지난 해 수능 시험 출제오류에 대한 법원 판결로 교육계가 시끄러운데요. 올해도 여지없이 수능 시험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문제는 출제 오류 논란뿐 만이 아닙니다. 수능이 너무 쉬웠다, 변별력 조절에 실패했다고 해서 이른바 물수능 공방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교육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스타 강사 출신의 교육평론가시죠. 이범 선생님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범 교육평론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올해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들어온 게 생명과학2의 8번 문제라고 하네요. 이범 평론가께서도 마침 생물이 전공이시라구요?

▶ 이범 교육평론가:
네, 제가 대학원 전공은 과학사입니다만, 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저는 문과생이라서 문제도 이해하기 어렵던데요. (웃음)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과정을 묻는 그런 질문이죠. 이게 좀 설명이 가능하실까요?

▶ 이범 교육평론가:
대장균 같은 세균들이 젖당만 있을 때는 젖당을 활용하는데, 젖당하고 포도당이 같이 있으면 포도당을 먼저 활용합니다. 이게 조절이 되는 메커니즘이 좀 신기한 메커니즘이 있는데요. 이게 나중에 노벨상까지 받았던 업적이죠. 지금 이게 교과서에 들어와 있는 건데. 비유적으로 설명 드리면 그렇습니다. 공장이 두 개가 있는 겁니다. 하나는 엔진을 만드는 공장이고, 여기서 엔진을 만들어서 두 번째 공장에, 조립 공장으로 가져갑니다. 엔진공장과 조립공장, 두 개가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

학생들은 조립공장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게 배워요. 여기서 아까 말씀드린 그런 신기한 조절현상이 벌어지거든요. 엔진공장은 별달리 특별히 배우는 게 없습니다, 여기 대해서는. 그런데 이 문항의 문제는 뭐냐면, 조립공장에 대한 문항이거든요. 실제로 전체적인 맥락이 이제 조립공장 중심으로 쭉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보기 ㄱ, ㄴ, ㄷ 중에 ㄱ에서 갑자기 엔진공장 이야기를 해요. 그러니까 학생들은 조립공장만 늘 신경써왔고 거기에 대한 문항만 풀어왔었는데, 갑자기 엔진공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놨단 말이에요. 이 서술 자체는, 엔진공장에 대한 서술 자체는 상당히 평이한 서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건 조립공장에 대한 이야기와 뭔가 오버랩이 되면서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는 문제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출제자가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종의 함정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건 엄밀히 말하면, 약간 조심스러운 판단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출제 오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출제 오류는 아니다?

▶ 이범 교육평론가:
함정문제라고 여길만한, 그래서 좀 억울해할 만한 학생들이 있을 것은 분명한 그런 문제이죠.

▷ 한수진/사회자:
이범 평론가는 지난 2008년 수능 문제에서도 물리2 오류문제 지적하신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는 결국 복수정답 처리가 된 거죠?

▶ 이범 교육평론가:
네, 그때 2008학년도, 2007년도에 치러진 수능이죠. 물리2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만 알면 정답이 4번인데, 대학교육과정까지 알면 정답이 2번인 이런 문항이 있었습니다. 일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대학교육과정과 근접한 서술이 있었고 해서 논란이 심하게 됐는데요. 그래서 제가 보다 못해서 모 인터넷 언론사에 긴급하게 기고를 하기도 했는데. 사실 그 때는 좀 결론이 그나마 쉬웠던 게, 대한물리학회 회장이 “이것은 출제 오류다” 라고 방송 인터뷰도 하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이건 며칠 동안 시끄럽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복수 정답 처리가 되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닌, 그런 논란이 있을 상황은 아닌 걸로 현재로서는 판단이 된다, 하는 말씀이신가요?

▶ 이범 교육평론가:
물론 조심스런 전망이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출제 오류는 아닌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 라고 생각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난이도가 너무 높은 문제도 아니고요?

▶ 이범 교육평론가:
난이도가 좀 높은 편이긴 사실입니다만, 사실 이과생들이 배우는 물리2, 화학2, 생명과학2, 지구과학2, 이런 2자가 붙은 과목들은 원래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심지어 약간 대학교육과정과 어느 정도 근접한 내용까지 배우는 과목이거든요. 그래서 체감 난이도가 좀 높은 문제이긴 사실입니다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원래 벗어나는 문제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학생들이 이의제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뭔가요, 그럼?

▶ 이범 교육평론가:
원래 수능이 끝나고 나면 출제오류와 관련된 이의제기를 받게 되어 있고요.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이의제기를 합니다. 실제로 2008학년도 사례처럼, 교육과정평가원이 복수정답, 또는 정답이 없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들도 가끔 있었고요. 특히 이제 아시겠지만 지난번엔 세계지리 문제와 관련해서 교육과정 평가원이 처음에는 “정답이 아니다, 출제 오류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보이다가 소송에서 지지 않았습니까? 이것 때문에 출제 오류 문제에 대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진 거죠.
 
▷ 한수진/사회자:
오늘까지 이의신청을 받는다고 하는데, 어쨌든 지금 이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는 거고요. 관련해서 24일에 발표가 있다고 하니까 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난해처럼 논란이 길어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때 학생들 마음고생이 정말 컸죠?

▶ 이범 교육평론가:
지난 교육과정평가원은 사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출제 오류인 문항에 대해서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시기를 놓친 그런 측면이 있는데요. 그런 일을 지금 막 겪은 직후이기 때문에 나름 상당히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를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전공은 아니지만, 영어문제 오류에 대해서는 지금 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는 다르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 이범 교육평론가:
그 출제오류와 관련해서는, 비단 지난 번 세계지리 문제 뿐 아니라, 사실 수능 뿐 만이 아니라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들이 많지 않습니까? 사법고시부터 시작해서 등등 여태까지 소송까지 갔던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의 일반적인 논리는 항상 어떤 판결이 났느냐 하면, 객관식 문항의 경우에는 최선의 답이 없거나, 아니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출제 오류인 게 맞는데, 최선의 답이 어쨌든 하나 있으면 그건 출제오류가 아니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최선의 답이 있다면?

▶ 이범 교육평론가:
영어문항 같은 경우는 분명히 최선의 답이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역시 출제 오류로 인정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라고 생각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적으로 판단할 때는 쉽지 않을 거다, 하는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수능 문제 오류라는 게 늘 있던 문제라고 봐야 하나요, 아니면 최근에 부쩍 이런 문제가 많은 건가요?

▶ 이범 교육평론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이제 실수가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최근 들어서 우리가 유의할 점이 뭐냐면, 수능을 출제하는 분들이 사실 인터넷 검색이라도 제대로 빨리빨리 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은데, 그런 환경이 제대로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워낙 보안성을 강조하다보니까, 뭐 아시겠지만 거의 감옥에 갇힌 것처럼 생활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까 원활하게 여러 가지 자료를 검색하고, 이게 오류인지 여부를 사실 전문가들도 이게 진짜 오류인지 헷갈리거나 자료를 많이 찾아 봐야 되는 경우들이 없잖아 있거든요. 그런 출제 환경의 어떤 제한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계속 문제오류와 관련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문제를 내면 서로 막 풀어보시고 하는 거죠? 난이도도 그래서 살펴보시는 거구요?

▶ 이범 교육평론가:
그렇죠, 전문가들은 당연히 수능 날부터 문제를 풀어보죠. 그래서 의견을 교환한 다음에, 수능 날부터 보도를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입시와 관련된 여러 사교육 기관을 포함해서 교사들이나 학원 강사들이나 이런 분들이 나름대로 난이도를 판단해서 그게 언론에 보도가 되죠. 그런데 그 난이도 맞추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려워요?

▶ 이범 교육평론가:
자기가 출제해도, 사실 문제 난이도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히 이번 같은 경우는 지금 물수능이라는 비판이 많잖아요. 전체적인 난이도는 어떻게 보세요?

▶ 이범 교육평론가:
아시다시피 국어는 상당히 어려웠는데 영어는 쉬웠고, 수학이 특히 이과생들을 위한 수학B가 굉장히 쉬웠다, 그래서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다, 이런 보도를 보셨을 겁니다. 이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게요. 수능을 출제하는 기관이 교육과정평가원인데, 교육과정평가원에서 1년에 2번의 모의고사를 주관하거든요. 6월과 9월에 있습니다. 이 모의고사 추이를 보면, 올해 수능이 어떨 것이라는 걸 예측할 수 있는데요. 학생들은 이미 6월, 9월 수능 모의고사를 통해서 수능이 이 정도로 쉬울 거라는 걸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6월 모의고사에서 영어가 한 개만 틀려도 2등급이었거든요. 또 9월 모의고사에서는 국어가 1개만 틀려도 2등급이었고, 영어는 2개 틀리면 2등급, 이런 식으로 굉장히 쉬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 이범 교육평론가:
그렇죠. 9월 모의고사하고 전체적인 난이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과 항상 그렇게 일치가 되었습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
특히 교육부장관이 앞으로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영어는 쉽게 나올 거라는 그런 예상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미 9월 모의고사에서도 영어가 그 정도로 쉽게 나왔고요. 영어가 쉬울 거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9월 모의고사는 국어가 너무 쉬워서 1개만 틀려도 2등급인 상황이었는데, 이번 수능에서는 수학이, 이과생들을 위한 수학B형이 한 개만 틀려도 2등급인 정도로 쉽게 나왔죠.

여태까지 역대 수학이 이렇게 쉬웠던 경우는, 2008년 학년도에 수학A형, 그때 수리 가형이라고 불렀는데, 1개만 틀려도 2등급인 적이 있었거든요. 이때 이후에 처음입니다. 학생들로서는 상당히 뜻밖의 상황이니까 당황스럽겠죠.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고, 이번 6월, 9월 모의고사를 통해서 어쨌든 주요 과목이 상당히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이 안 된다는 것, 실수 변별력이다, 이런 불만도 지금 나오고 있는 거거든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의 경우, 좀 피해보는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
그건 물론 그렇습니다. 특히 상위권이나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에, 너무 쉬우면 자기가 실수로 한 두 문제 틀려도, 꽤 어렵게 출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수능은 이제 석차로 평가하는 시험인데 석차가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제 너무 쉬워지면 한 두문제만 틀려도 석차가 확 떨어지니까 억울해지는 이런 느낌이 분명히 들 수 있죠. 그런데 교육당국 입장에서는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을 포기하기 어려울 겁니다. 왜냐면 이제 일부 언론에서 수능이 쉬워졌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지도 않았다, 이런 보도를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능 사교육은 줄이는 데는 성공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수능 사교육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어요?

▶ 이범 교육평론가:
논술이라든지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든지, 또는 내신이라든지, 또는 무슨 초등학교, 중학생들, 이쪽의 사교육 시장이 늘어난 것이지, 수능 사교육은 분명히 줄어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논술이나 다른 쪽으로도 풍선효과가 있다면서요?

▶ 이범 교육평론가:
그건 사교육이 있는 한 늘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요. 풍선효과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어쨌든 수능 사교육은 정부가 줄이는데 꽤 성공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게 대통령이 바뀌거나 심지어 나중에 무슨 정권이 바뀌는 일이 벌어져도 이 정책을 정부가 포기하긴 어려울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범 평론가께서도 수능이 앞으로 점점 더 쉬워지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보시는 거예요?

▶ 이범 교육평론가:
이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우리가 주의할 수능의 아주 중요한 변화가 수능의 절대평가화가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사실 서구 선진국의 대학 입시는 다 절대평가거든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이 다 절대평가를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능은 특이하게 상대평가 제도이죠. 그래서 일단 올해 고1부터 수능 국사가 이제 한 10년 간 문과선택과목이다가 문이과 공통 필수 과목으로 다시 복원이 되는데요. 이제 절대평가로 한다, 라고 예고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가 지금 아직 구체안을 발표하진 않았습니다만, 거의 발표를 이미 한 게, 올해 중3부터 영어를 절대평가로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제가 보기에는 지금 정확하게 아직 교육당국이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 다음 순서는 수학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수능의 전체적인 난이도가 어떻게 가느냐, 뭐 이런 것도 이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만, 서구 선진국과 유사하게 절대평가로 가고 있다, 이것이 수능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 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방향으로 가는 건 맞다라고 보고요.

다만 이제, 지나치게 쉬워가지고 이제 한 두 개만 틀려도 석차가 굉장히 내려간다든지, 이런 것은 그래도 좀 물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출제자들이 출제하면서도 난이도 맞추는 게 상당히 어렵거든요.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게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그래도 좀 더 보완은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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