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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몽골인 억울한 옥살이, 손쉬운 자백에 집중하다보니…"

* 대담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 한수진/사회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중고차 매매업을 하던 40대 남자 몽골인이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되어서 재판을 받아오다가 무죄를 받았습니다. 구속된지 4개월 만인데요, 어떻게 된 사연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표창원 소장님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일단 이 사건 어떻게 된 건지 좀 설명해주세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아주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술자리에서 벌어진 오해가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을 거치면서 과장되고 포장되면서 인면수심의 성폭력범이 되었고요, 그러다가 이제 재판과정을 통해서 그 누명이 벗겨진 그런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과정에서 몽골남성이 4개월 동안 구속되어 있었고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12년 10월에 시작되었는데요. 31세 몽골 여성이 인천에 처음으로 오게 됩니다. 친구 집에 옷을 가지러 오게 되면서 시작되는데요. 처음이고 낯선 곳이다 보니까 지인에게 누구 아는 사람 없느냐, 도움 받고 싶다, 이래서 지인이 45세 몽골남성을 소개해줍니다. 이 남성은 인천에서 몽골을 오가면서 중고차 매매업을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아주 안전하게 옷을 찾아서 돌아오게 되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 남성이, 자기 친구가 있는 곳을 잠깐 들르자 해서 같이 들르게 되고요, 그곳이 이 또 다른 40대 몽골남성이 여자 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여관방이었습니다. 여기서 이제 문제는 두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다가 맥주를 30병을 마시게 됩니다. 완전히 만취하게 되는거죠?

그 상태에서 이제 너무 오래 기다리니까 31세 여성이 자기 옷 가방을 들고 일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이 40대 남성이 술 취한 상태에서, 자기 물건을 이 여성이 훔쳐 나가는 것으로 오인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갑자기 이 여성을 막아서다가 실랑이가 벌어지고 거기서 몸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여성의 하의가 찢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 여성은 112 신고를 하게 되고 경찰이 출동해서 검거가 된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니까 여성 피해자 입장에서는 지금 충분히 좀 오해할만한 상황이네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고요, 아무리 지인에 소개를 해줬다지만 처음 보는 남자이고 낯선 땅이고, 그런데 그 자기 친구가 있는 여관방에 데려가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를 덮치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네, 도무지 영문을 모를 일이 일어난거에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서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이 상황을 들으셨겠지만 일단 응급한 상황은 이제 경찰 출동으로 정리가 되면서 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죠. 그랬는데 이 두 남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합니다. 맥주 30병을 마시고 완전 만취했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함께 이제 다른 남자의 여자 친구가 계속 같이 있었고요, 이 상황을 봤습니다. 그래서 이 여자 친구는 도저히 성폭행이 일어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성격이 원래 이렇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피해자 역시 충격과 흥분, 초창기 문제가 좀 잦아든 다음에 이해를 하게 됐고요, 그래서 자기가 오해했다, 라면서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다 끝났어야 되는 건데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당시에는 물론 그 성폭력법이 개정되지 않아서, 친고죄가 있었죠. 성폭력에 대해서.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항은 야간에 두 명 이상, 뭐 이렇게 돼서 특수강간 이라는 혐의가 되었고요. 이 사항은 친고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고소가 취하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사는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사실관계 자체가 이미 성폭력이 없었던 것으로 오해가 풀렸기 때문에 사실은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렇지 못했던 건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에 의해서 피의자들에 대한 회유가 이루어집니다. 지금 신고가 이뤄진 내용 그대로 성폭력이 있었던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피해자랑 합의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약 범행을 부인하면 구속될 것이다, 이런 취지의 회유를 한 것이죠. 피의자들은 이 말을 믿었고요. 그래서 실제로, 성폭력을 하려 했습니다, 이렇게 자백을 하게 됩니다. 이 자백을 하게 되면서 이 사건은 검찰로 그대로 송치가 되고요. 검찰에서도 검사가, 경찰에서 한 진술을 그대로 해야지 변경하면 안 된다, 이렇게 이제 엄포를 놓고 그대로 검찰에서도 자백이 이루어집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피해자도 고소를 취하했고 목격자도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는데 또 피해자들 스스로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거나 범행의도가 없었다고 하는 증거가 없으니까 처벌받지 않았을 텐데 허위 자백하는 바람에 구속이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죠. 그런데 이제 바로 그 상태에서 구속된 것은 아니고요. 그 후에 이제 2년 가까이 지난 뒤에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구속이 됩니다. 어떻게 된거냐면, 그렇게 이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본인들은 아, 이렇게 경찰관 말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랑 합의했으니까 끝났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을 기소를 합니다. 재판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몽골남성의 소재가 이제 불명하다보니까 재판에 대해서 연락을 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한국과 몽골을 오가면서 중고차 매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이제 7월에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이 검찰에 가봐야 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고요, 그래서 검찰에 갔더니 검찰에서는 바로 구속을 해버린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7월~11월까지 4개월 동안 구속이 된 거고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 구속된 상태에서 인천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다시 열렸고요. 그래서 재판 과정에서 모든 증거와 진술들을 종합해보니까 이건 술자리 오해다, 결국은 성폭력은 없었다, 이렇게 판단하게 된 거죠. 그래서 지난 주 주말, 11월 16일 날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풀려나게 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참 사실 이번 사건 경우는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서 그렇다고는 하는데요. 사실 뭐 청소년이나 또 장애가 있는 경우, 그 동안 이런 자백과 관련해서 문제들이 종종 대두가 됐었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이었죠. 이 당시 이제 유우성 씨 친동생 유가려 씨가 오빠 간첩입니다, 라고 허위 자백을 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을 여러 차례 방송을 했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1년, 강원도 고성에서 지적장애인이 포함된 3인조가 살인을 했습니다, 라고 자백을 하면서 사건이 붉어졌는데 나중에는 허위로 밝혀진 그런 사건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데 어떤가요, 소장님. 자신에게 불리한 허위자백을 한다는 게 좀 잘 이해가 안돼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가장 중요한게 수사를 오래 받고 있는 상황과 일반적인 상황은 너무 다르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면 빨리 벗어나고 싶다, 끝내고 싶다라는 심리가 강하게 적용되고요, 이때 이제 수사관이 인정하면 가벼운 처벌은 받지만 부인하면 큰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악은 피하고 약간의 불리한 부분은 받아들이겠다, 이런 심리가 작동을 하게 되죠. 더구나 공범이 있을 경우에 한쪽은 저쪽이 불었어, 너 안 불으면 네가 다 뒤집어 써, 이렇게 이제.
 
▷ 한수진/사회자:
죄수의 딜레마.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죠, 이 상황이 되면 또 허위 자백 확률이 높아집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무엇보다 자백보다는 증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소장님 말씀은 이거군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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