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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데서 외치면 들어줄까"…칼바람속 전광판 올라

씨앤앰 외주업체 노동자 2명 '해고자 복직' 요구하며 고공농성

"높은 데서 외치면 들어줄까"…칼바람속 전광판 올라
칼바람이 불던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의 한국프레스센터 앞에 세워진 대형 전광판 위에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C&M)의 외주업체 전·현직 노동자인 임정균(38)씨와 강성덕(35)씨가 올라섰다.

25m 높이의 전광판 위에는 "비정규직 109명 대량해고! 씨앤앰과 대주주 MBK가 책임져라"라고 쓴 현수막이 나붙었다.

지난 7월부터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외주업체의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하던 이들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닷새째인 16일, 이들은 여전히 건물 7층 높이의 가로 8m, 세로 4.5m의 좁은 공간에 서 있다.

전광판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 탓에 낮에는 몸을 밧줄에 묶고서 전광판 위에 서 있고, 밤에는 그 안에 폭 1.5m, 깊이 1m 정도 되는 공간에서 추위를 피해 쪽잠을 잔다.

임 씨는 현재 고용된 상태이지만 강 씨는 지난 6월 해고됐다.

임 씨는 "해고된 동료들이 계속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에 가슴 아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더 높은 곳에서 외치면 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MBK파트너스와 제일 가까운 곳에서 외쳐야 할 것 같아 도심 한복판 전광판을 택했다"며 "고공 생활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속옷과 양말을 최대한 많이 챙겼고, 옷도 몇 겹씩 껴입고 침낭도 몇 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비해 휘발유까지 챙겨왔다.

전광판 아래에는 이들이 소속된 희망연대노조 100여 명이 133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해고된 5개 외주업체 노동자 109명의 복직과 고용 보장, 구조조정 철회, 임금단체협상 체결, 위로금 지급 등을 원청업체인 씨앤앰과 그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씨앤앰 외주업체 25곳 중 교체된 3곳이 이전 업체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고, 기존 업체 2곳은 노조 결성을 이유로 노조원만 골라내 해고했다"며 "장기간 저임금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이 이를 개선하고자 노조를 만든 것인데, 노골적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씨앤앰은 작년 희망연대노조와 '협력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에 관해 최대한 협조한다'는 내용의 임단협을 체결한 바 있다. 실제 작년 협력업체가 바뀌었을 때 조합원 전원이 신규 업체에 채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가 최근 벌어진 해고에 반발, 지난 7월 8일 외주업체 14곳에서 경고파업을 벌이자 이들 업체는 직장을 폐쇄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임 씨 등은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부터는 씨앤앰 소속 정규·비정규직 근로자 600여 명이 돌아가며 파업 중이다. 이들은 하청업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반면 씨앤앰 측은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앤앰 관계자는 "일부 협력업체에서 노조가 결성되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돼 사업 중단을 결정해 업체를 교체한 것"이라며 "고용 미승계 문제는 협력업체의 경영상 문제로, 원청회사는 개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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