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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손 묶자 발로 클릭…광군제의 천태만상

[월드리포트] 손 묶자 발로 클릭…광군제의 천태만상
11월 11일, 우리나라에서 ‘막대과자의 날’인 이날 중국은 광군제로 들썩였습니다. 이제 국내에도 광군제가 무슨 날인지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솔로의 날, 즉 독신자의 날입니다. 11월 11일을 보면 ‘1’이라는 숫자가 나란히 4개나 서 있습니다. 고독해 보이죠. 그래서 솔로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념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알리바바가 이 날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벌였는데 이게 소위 ‘대박’을 친 것입니다. 처음에는 솔로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산다며, 나중에는 절반 가격으로 나온 물건을 사기 위해 너도나도 컴퓨터 앞에서 클릭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제는 ‘광군제’, 독신자의 날은 ‘쇼핑 광풍의 날’입니다. 매해 이 날 숱한 사연을 낳습니다.

올해도 화제만발입니다. 우선 무수한 기록들이 경신됐습니다. 알리바바가 11일 새벽 0시 광군제 행사를 시작한 뒤 10억 위안, 우리 돈 1천 7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습니다. 100억 위안, 1조 7천억 원을 넘기는 데는 38분 28초가 소요됐습니다. 그리고 이 날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판 물건 값의 총액은 571억여 위안, 우리 돈 10조 2천억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해 350억 위안보다 30% 넘게 매출액이 증가한 것입니다.

새로운 기록도 탄생했습니다. 알리바바 등은 올해부터 해외 직구도 허용했습니다. 그 결과 217개 국가의 사람들이 광군제의 ‘미친 클릭질’에 동참했습니다.

후폭풍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배송입니다. 11일에 물건을 샀다고 환호작약한 소비자들 대부분이 아직 그 물건을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광군제 때 판매된 물건의 평균 배송 시간이 10~15일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합니다. 10조 어치 넘는 물건이 한꺼번에 그 넓은 중국 곳곳으로 배달되려면 어마어마한 세월이 필요합니다. 크고 작은 배송 사고도 많습니다. 제대로 집계조차 못합니다.

어이없는 사건도 쏟아집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사연 2건을 소개합니다.

푸젠성 푸저우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예모 씨는 10일 밤 자정이 다가오도록 자지 않고 컴퓨터 앞을 지켰습니다. 광군제 레이스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고 싶은 물품을 미리 선정해놓고,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물품 구매를 성사시킬 루트도 확인하고, 신용카드 번호, 전화번호 등은 미리 약어만 치면 전체가 기록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폭풍 클릭질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광군제

그런데 대망의 자정이 다가오기 몇 분 전, 갑자기 예 씨의 아내가 뒤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예 씨의 두 손을 등 뒤로 꺾고 준비한 줄로 결박했습니다. 클릭을 위한 결정적 도구인 손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예 씨의 아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느냐고요? 예 씨 아내 역시 인터넷 쇼핑 중독자였습니다. 예 씨가 인터넷 구매를 하지 못하게 되면 아내가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예 씨가 인터넷을 쓰지 않으면 아내의 인터넷 속도가 빨라집니다. 자신이 광군제 클릭질을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남편의 두 손을 묶는 독한 수를 동원했습니다.

예 씨의 말입니다. “아내의 예상하지 못한 수에 완전히 당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광군제 시작이 1분도 채 남지 않았더군요. 초조함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기회를 손 때문에 놓칠 수 없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요. 순간 아이디어가 번개 같이 떠올랐습니다.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발가락을 마우스 위에 올려놨습니다.”

예 씨는 발로 마우스를 조종하고 클릭을 한 끝에 2만여 위안, 우리 돈 3백 50만 원 이상의 물건을 구매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마우스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 계획했던 제품 모두를 사지 못했지만 필수적인 ‘득템’은 해냈습니다.

예 씨는 자신이 발가락으로 물품 구매를 하는 사진과 함께 아내에 대한 ‘조롱’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자신의 물품 구매 한도를 높이려고 내 손을 묶다니. 완전 유치하거든. 하지만 그 정도 방해로 내 광군제 쇼핑 의지를 막을 수는 없어.”

일부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두 손이 결박돼 있었다면서 자신이 발가락으로 클릭을 하는 장면을 어떻게 사진 찍을 수 있었을까? 예 씨의 아내가 대신 해명 메일을 올렸습니다. “인터넷으로 물품 구매를 하다가 이 사람이 뭐하나 궁금해서 그 방에 가봤죠. 세상에 발가락으로 마우스를 사용해 사고 싶다던 물건을 거의 다 샀더라고요. 하는 짓이 하도 어이없고 요상해서 제가 사진을 찍어놨습니다.”

또 다른 사연은 희비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광군제


11일 새벽 아이모 양도 한 PC방에서 인터넷 물품 구매 삼매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접근하면 바로 도망치려고 비상구 바로 옆 컴퓨터에 자리를 잡고 주위를 감시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빠른 속도로 구매 결제를 하느라 정신이 나가 버렸습니다. 경찰관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한참 지켜보는데도 대금을 송금하느라 휴대전화에 코를 박고 있었습니다.

아이 양은 그렇게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도피 생활을 한 지 5개월 만이었습니다. 지난 5월 아이 양은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검거 당시 0.35그램의 마약을 압수당했습니다. 아이 양의 집에서 10그램의 마약도 나왔습니다.

아이 양은 당장 구속 수감됐습니다. 하지만 병이 악화돼 얼마 뒤 구속집행 정지로 풀려나왔습니다. 아이 양은 그 길로 경찰과의 연락을 끊고 속칭 ‘잠수’를 탔습니다. 광둥 경찰은 아이 양을 지명수배하고 추적에 나섰습니다.

아이 양은 근처의 잉저우라는 도시로 숨어들었습니다. 셋방을 하나 구한 뒤 두문불출하고 숨어있었습니다. 낮에는 TV를 보며 시간을 죽였습니다. 밤에도 생필품 구입을 위해 근처 시장에 잠깐 갔다 오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아이 양이 갈만한 곳마다 첩보원을 깔아놨지만 워낙 움직임이 없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지만 11월 11일이 다가오면서 아이 양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평소 눈독을 들이던 아이템들이 눈앞에 어른 거렸습니다. 움직이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 양은 결국 10일 밤늦게 동네 PC방을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의 첩보망에 걸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보신대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1월 11일이 우리나라에서 ‘막대과자의 날’로, 중국에서는 ‘독신자의 날’로, 다시 ‘인터넷 쇼핑 광풍의 날’로 바뀌는 과정 자체가 코미디입니다. 그래서 이 날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황당 코미디가 곳곳에서 벌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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