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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75.1과 150.1…천하장사의 속사정

[취재파일] 75.1과 150.1…천하장사의 속사정
● 씨름선수들의 로망…천하장사!

민속 스포츠의 대명사, 씨름은 1년에 한 번씩 천하장사 대축제를 엽니다. 지금도 경북 김천에서는 천하장사 대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1983년이 1회 대회였으니 벌써 역사가 30년이 넘었군요. 천하장사가 엄청나게 흥행했던 1980-90년대에는 1년에 2번, 3번씩 열기도 했습니다. 상금도 당시 집 한 채에 달할 만큼 어마어마해 씨름 선수들에겐 그야말로 최고의 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역대 최다 타이틀 보유자는 천하장사하면 떠오르는 이름 바로 이만기 씨입니다. 모두 10번의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체구가 작았던 이만기씨의 화려한 기술 씨름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큰 2m에 가까운 장신 선수나 140-50kg에 달하는 선수들을 넘겨버릴 때 그 짜릿함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손뼉치게 만들었습니다

● 말 그대로 천하장사 

그랬습니다. 누구나 체급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천하의 모든 사람이 나오는 '천하 장사' 대회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나올 수 있다는 그 점이 씨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만기라는 대스타 이후에는 작은 체구로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손상주라는 한라급의 전설도 천하장사 결승전에 4차례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왜일까요? 상대의 '무게씨름'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60kg의 거구를 100kg이 안되는 한라급 선수들이 넘길 수 있을까요? 기술씨름의 한계와 무게씨름의 득세로 씨름은 조금씩 재미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국민 스포츠의 화려한 과거는 사라지고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만기 천하장사
● 75.1 그리고 150.1

과거의 인기를 되찾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까요? 씨름계는 지난해부터 천하장사 대회에 체중 제한을 두기로 했습니다. 지나치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가 참가하는 건 씨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게 이유입니다. 기술 씨름이 흥하게 해야 씨름도 흥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남자부는 150kg 이하로 제한을 뒀고, 올해 처음으로 뽑는 여자 천하장사도 75kg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150.1kg인 남자 선수와 75.1kg인 여자 선수는 나오지 못하는 거죠. 뚱뚱한 사람은 씨름 하지 말라는 거냐, 인권 침해 아니냐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도, 화려하고 빠른 기술 씨름을 장기 목표로 세우고,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가져오려는 씨름협회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씨름협회는 남자 선수들의 체중제한을 130kg까지 낮추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하니까요.

한라급 선수가 훨씬 큰 백두급 선수를 누르고 천하장사에 오르는 그런 짜릿한 장면을 보고 싶은 게 대중들의 욕구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씨름하면 떠오르는 김연자씨의 '천하장사 만만세' 가사를 보시죠.

(1절)

씨름판이 열린다 징소리가 울린다
동서남북 방방곡곡 팔도장사 다 모인다 
처녀총각 어린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웅성웅성 와글와글 신바람 났네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2절)

뚱보장사 나오신다 키다리장사 나오신다 
거미쥐고 얼싸안고 씨근벌떡 일어섰다
배지기 들어간다 호미걸이 받아라
으랏챠챠 으랏샤샤 땅이 울린다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3절)

뚝심이냐 뱃심이냐 너는 뭐고 나는 뭐냐
심판양승 오판삼승 모래판에 걸은 인생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사나이 승부의 길
웃어도 보고 울어도 봤다 갈림길에서
청룡만세 백호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천하장사 만만세~

2절 첫 문장에 "뚱보장사 나오신다 키다리장사 나오신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른바 '무게 씨름'으로 과거의 위상을 잃은 씨름계…그리고 체중제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체중제한. 씨름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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