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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대차-KB국민카드, 가맹점 수수료 갈등의 본질은?

[취재파일] 현대차-KB국민카드, 가맹점 수수료 갈등의 본질은?
● 카드로 결제하고 36개월 할부…카드+할부금융 접목한 복합할부 등장 

새 차를 살 때 선수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고 36개월 등 일정기간 나눠내는 이른바 복합할부가 요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복합할부란 고객과 캐피탈사의 양자 계약에 카드사가 중간에 끼어든 구조입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제휴를 맺고 소비자가 카드 결제하면 결제금액을 캐피탈사가 카드사로 보내 대금을 정산합니다. 이후 소비자는 캐피탈사에 대출금을 갚는 방식입니다. 고객으로서는 카드만 한번 더 긁으면 될 뿐 다른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복합할부가 등장한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차값을 일시불로 결제하거나, 카드사가 제공하는 무이자 제공 기간 예컨대 3개월 무이자 결제는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가 손잡고 복합할부를 개발한 이유는 간단히 요약하면 현대기아차-현대캐피탈-현대카드의 우월적 사업구조에서 발생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2013년 기준 국내 신차 할부금융매출액은 12조원나 됩니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  매출액은 9조 1,523억원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매출액 가운데 현대캐피탈 비중은 74%에 달합니다. 현대캐피탈의 신차 할부금융시장 점유율은 56%나 됩니다. 우리캐피탈, 아주캐피탈 등 2,3위사가 점유율10%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와 거래할 뿐 다른 완성차업체 예컨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과는 거래하지 않는다는점도 독특한 구조입니다.

결국 이런 독과점적 시장 상황속에서 매출확대와 시장개척을 노리던 카드사와 현대캐피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골몰하던 중소캐피탈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복합할부금융이란 초유의 할부방식이 만들어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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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의 반박…"카드사, 고객 빌미로 수수료 어부지리…차값에 전가될 것"

그런데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이런 복합할부금융에 금융당국에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복합할부가 등장하면서 한 해 수백억원의 가맹점 수수료를 물어야하자 볼멘소리를 한 겁니다. 현대기아차는 정상할부금융시장에 카드사가 중간에 쓸데없이 끼어들어 높은 가맹점 수수료만 챙긴다는 겁니다. 이는 결국 차값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논리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현대기아차의 2013년 연결 순이익은 9조원인데, 한 해 수백억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커서 부담이 된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현대차가 민원을 제기하자 복합할부금융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 카드사-캐피탈사의 역공…"독과점 시장 열어라" 압박

카드사-캐피탈사 진영은 현대차의 논리 근거가 희박하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카드사가 할부금융시장에 진입해 현대캐피탈의 6%대 할부금리를 5%대로 낮췄고, 현대기아차 대리점으로부터 1.85%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만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캐시백, 금리할인 등으로 되돌려주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현재 현대캐피탈의 신차 할부금리는 5.9% 선인데 반해,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할 경우 이보다 1%p 가량 저렴하고 카드사가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인 0.2%~1% 내외의 캐시백 서비스까지 하고 있어 소비자에겐 조금 유리한게 사실입니다. 

LF소나타 2.0 프리미엄 모델(차값 2,860만원) 구입시 연 5.9%의 할부금융만 이용하면 36개월로 나눠낼 경우 원금과 이자를 합친 소비자의 실질부담액은 3,127만원이 됩니다. 하지만 복합할부를 이용하면 실질부담액은 3,075만원, 여기에 0.2% 캐시백까지 더하면 5만7천원이 고객몫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복합할부를 이용하면 일반 정상할부보다 52만원가량 소비자는 이익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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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단체, 금융전문가의 반응은? "복합할부가 소비자에  유리"

소비자단체와 금융전문가들은 복합할부가 소비자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의 강형구 국장은 소비자로서는 현대차-카드사의 수수료 싸움보다는 소비자의 효용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복합금융할부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면 당연히 문제삼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겁니다. 또 복합할부금융을 극복하려면 현대기아차가 현대캐피탈로 하여금 할부금리를 내리게 하든가 신차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서 대응하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복합할부금융 권위자인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원은, 복합할부금융은 카드 사용율이 높은 우리나라만에만 존재하는 결제 방식으로 현대차-현대캐피탈의 독과점 구조를 무너뜨려 결국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금융회사간 서비스 경쟁을 촉진했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에겐 불리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복합할부금융과 관련해 소비자의 민원이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대목입니다.

금융당국도 현대차의 민원이 제기된 지난해만 하더라도 카드사가 중간에 끼어들어 부당이득을 보는지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또 현대차의 논리도 이유있다며,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인지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위법이 아니라는게 금융당국의 해석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기아차가 이의제기할 때만해도 카드사를 곱지않게 보던 금융당국의 입장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복합할부금융이 최종 소비자에 불리하다는 근거나 논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현대기아차가 국내 신차 시장에서 우월적지위를 누리고 있는 만큼, 여타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할 경우 이는 곧 여전법 위반임이라고 되레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전세가 역전된 셈입니다. 현대기아차 대리점은 대형가맹점으로 분류돼 카드사들은 1.85%~1.9%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수수료율을 원가 이하로 내리면 다른 영세 중소가맹점에게 피해가 돌아갈수있기 때문에 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카드 수수료체계는 협상력 있는 대형 가맹점에게만 유리해지고 뒤죽박죽 무너지게 됩니다. 

● 현대차-KB카드 수수료 분쟁, 어떻게 결론날까?

카드사와 가맹점의 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자동 갱신됩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10월말 계약이 만료됐는데 현대기아차가 수수료율을 1.85%에서 1.1%로 낮춰달라고 협상을 요청해왔습니다. KB카드측은 1.75% 이하로는 못낮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논리는 일반 카드결제와 달리 복합할부결제는 원가가 더 적게든다고 주장하고 있고 KB카드는 더 낮출 경우 여전법 위반과 다른 대형가맹점의 연쇄 인하 요구 등의 파장을 고려해야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와 KB카드의 싸움은 오직 소비자입장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두 진영의 논리가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KB카드의 논리가 소비자 효용에 더 근접한게 사실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수수료 수백억원이 아깝고 억울한 것도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복합할부금융에 대해 뚜렷한 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이제 소비자를 핑계로 한 수수료 싸움을 현명히 해결해야할 때입니다. 또 품질, 가격, 서비스 경쟁력을 더 높여 강달러-엔저에 직면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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