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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취직 못하셨다고요? 그래도 실업자는 아닙니다

실업률의 착시 현상

[취재파일] 취직 못하셨다고요? 그래도 실업자는 아닙니다
취재차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찾았다. 사나운 바람 탓에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다. 취업을 못 한 이들에겐 올겨울이 더 추울지도 모르겠다. 몸도 마음도 추운 사람들을 억지로 붙잡고 실업률 취재를 시작했다.

[기자 : 우리나라 실업률이 3%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취업준비생 : 3%요? 말도 안 돼…전 꼭 취업률이 3% 같아요.]

이 대답이 다소 과장됐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실업률이 3%라는데 공감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국제 기준에 맞는 공식 통계상 어김없는 사실이다.

실업률 공식을 보자. 단순 나눗셈이다. 분자는 실업자, 분모는 경제활동인구다.
(실업률 = 실업자/경제활동인구 X100)

깔끔해 보이지만, 앞서 만났던 취업준비생은 이 공식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 대부분 자신을 '실업자'로 생각하는 취업준비생들은, 통계상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지난 4주간 구직활동, 즉 한 달 안에 어디에 입사원서라도 낸 사람만 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즉, 취업준비생, 고시생, 경력단절여성, 구직 포기자 모두 당장 구직활동을 안 하고 있다면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가 내놓는 공식 실업률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ILO 기준에 맞는 고용보조지표를 처음 내놓았다.

앞서 언급한 취업준비생, 고시생, 구직포기자, 육아 때문에 회사 그만둔 여성 등 우리가 사회통념상 '실업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두 통계에 넣어 계산해 봤더니 체감 실업률은 10.1%로 나왔다. 10명에 한 명은 실업 상태란 뜻, 공식 실업률의 3배를 넘는다. 모두 287만 명이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0.1%...이 수치를 제시한 통계청은, 정작 이 수치는 실업률이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취업준비생 같은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시킨 이 수치는 통계 개념상 실업률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히 고용 보조지표라는 걸 내내 강조했다. 그래서 언론들도 '사실상 실업률'이나 '체감 실업률' 이란 말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건 국민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통계학상 다소 왜곡된 개념이라도 실제로 주변에 '놀고 있는' 혹은 '아직 취직 못 한' 사람들을 실업자로 보고 집계해 봤다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용어가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또 우리나라 실업률이 3%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사정이 좋다고 한들 누가 좋아하겠는가.

다행히 통계청은 앞으로 매달 공식 실업률을 내놓으면서 체감 실업률을 파악할 수 있는 보조지표를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실업률 통계 착시에 시달리지 않고, 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가능해졌다. 맞춤형 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통계상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것보다, 사실상 실업상태인 사람들에게 일자리 하나라도 더 찾아주는게 훨씬 더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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