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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현장 수험생 호송작전…'시계 빌리기' 진풍경도

수능현장 수험생 호송작전…'시계 빌리기' 진풍경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오늘(13일) 오전 전국 시험장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습니다.

예년처럼 경찰 순찰차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으로 급히 들어오는 지각생이 속출했고, 시험장을 착각해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발길을 돌린 수험생도 있었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규정에 맞는 시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들도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일반 수험생들과 다른 환경에 처한 학생들은 병실이나 소년원에서도 시험을 치르는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오전 7시 40분 서울 관악구 삼성고 정문 앞에는 수험생을 태운 경찰 오토바이가 등장했습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장모(18)군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렸는데 시험장 위치를 몰라 당황하다가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태워다주셨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서울 중구 이화외고 시험장에도 입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전 7시 50분부터 수험생들이 경찰 순찰차와 자율방범대 오토바이를 타고 속속 도착했습니다.

수험생들은 고맙다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울상을 지으며 헐레벌떡 교문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오전 8시 26분 삼성고에 도착한 허모(21)씨는 "늦잠을 잤다"는 한마디를 남긴 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시험장으로 내달렸습니다.

.오전 7시 55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 정문 앞에 멈춰선 순찰차에서 붉은색 점퍼를 입은 한 남학생이 허겁지겁 내렸습니다.

이 남학생은 부랴부랴 정문 앞에 붙은 수험실 배치표를 확인했다가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사실을 알고는 얼굴이 사색이 됐습니다.

원래 현대고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여학생들만 시험을 보는 압구정고로 잘못 찾아온 것입니다.

남학생은 근처에 있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또다시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현대고로 황급히 떠났습니다.

이화외고 앞에서는 학교 이름 한 글자가 헷갈려 뒤늦게 이화여고로 황급히 이동하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입실 마감 시간 직후인 오전 8시 15분 이화외고 건물 3층까지 올라갔다가 시험장을 착각한 사실을 알고 나왔다는 수험생 2명은 정문으로 뛰어와 학교 경비원에게 "아저씨, 여기 이화여고가 어디에요?"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들은 경비원이 손으로 이화여고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자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전력을 다해 뛰어갔습니다.

이화외고 인근의 한 편의점에는 일명 '수능시계'를 찾는다며 수험생 10여 명이 잇따라 들어왔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갔다가 가방만 두고 시계를 사러 도로 나왔다는 이모(18)양은 "시계를 깜빡하고 안 가져와서 사러 나왔는데 학교 주변에 파는 곳이 없어서 큰일이다"라며 근처의 다른 편의점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갔습니다.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에게서 시계를 빌려 자녀에게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경찰에게 연방 "고맙다"고 고개 숙여 인사하며 연락처를 받아갔습니다.

서울 서초고 앞에서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제자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기를 불어넣는 선생님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도 오전 7시부터 입실 마감 시간이 될 때까지 교문 앞을 지키며 직접 제자들을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선생님이 제자의 이름을 부르면 함께 나온 후배들은 "파이팅"을 외쳐 응원에 힘을 보탰습니다.

정신없이 교문으로 들어서던 수험생들은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미소를 보였습니다.

서초고 앞은 입실 마감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자녀를 들여보낸 학부모 40여명이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떨지 말고 침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삼삼오오 모여 수능 난이도를 점쳤습니다.

교문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던 한 학부모는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있다가 교회에 가서 기도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8)군은 건국대병원 VIP 병동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습니다.

A군은 지난 10일 호흡곤란을 호소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폐 기능 이상으로 갈비뼈 사이에 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A군이 아직 회복 중이지만 응시를 포기하지 않고 가슴에 호흡안정 장치를 단 채 시험을 치른다"며 "감독관과 경찰관이 입회하는 조건으로 VIP병동을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교통사고로 팔과 골반이 골절돼 병원에서 치료받던 여고생 등 14명의 수험생이 도내 10개 병원에서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지체장애 1급에 척추장애를 앓는 수험생 오모(18)양은 거동이 불편한데도 경찰·소방의 도움을 받아 일반 학교 시험장으로 이동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같은 이름의 학교를 시험장으로 착각한 한 수험생이 잘못 찾아간 학교에서 '청일점 수능'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 수험생은 원래 시험장이 서울 강동구에 있는 광문고였지만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광문고로 잘못 찾아왔습니다.

광명 광문고는 여학생들만 응시한 경기도 시험장입니다.

도교육청 수능 종합상황실은 이 수험생이 도착한 시간이 수험생 입실 완료시간 10분 전이어서 서울 광문고 시험장으로 이동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광명 광문고에서 시험을 보도록 조치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소년원 고봉중고교에서는 소년원생 23명이 수능시험에 응했습니다.

소년원 수능시험장 지정은 2004년 지금은 폐교된 안산예술종합학교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응시자들은 지난 8월 검정고시에 합격한 소년원생들로 평균연령은 19세입니다.

남자만 수용하는 기관이라 여자 응시자는 없었습니다.

소년원 관계자는 "수능반이 생기고 난 뒤 시험을 보겠다는 원생들이 늘었다"며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풍호초등학교 앞에서 아버지 승용차에 타고 있던 수험생 박모(19)군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시험장으로 향하던 차량이 갑자기 고장이 나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것.

박군은 인근에서 교통관리를 하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간 맞춰 시험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전주에서는 택시 운전사가 시험장을 잘못 찾아 헤매는 수험생을 경찰이 발견해 10㎞가 넘는 거리를 긴급 수송하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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