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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파수 공청회에서 "뒤로 나자빠지겠다"는 말까지 나온 이유는?

지역방송 빠진 미래부의 이상한 '지상파 전국 UHD'

[취재파일] 주파수 공청회에서 "뒤로 나자빠지겠다"는 말까지 나온 이유는?
● 방송사 생중계까지 했던 이례적인 국회 700MHz 대역 주파수 공청회

국회 공청회는 장, 차관이 나오는 일반 상임위 전체회의에 비하면 긴장도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보통 부처를 대표해서는 실국장급과 업계를 대표하는 학계 교수들이 발언자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11일) 국회에서 열린 <700MHz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는 달랐습니다.

 방송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심지어 MBC는 토론회를 현장중계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계까지 했어야 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공청회를 중계해야할만큼 이 사안을 매우 중요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 700MHz 주파수 공청회까지 열렸던 이유는

700MHz 주파수 대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방송과 통신이 충돌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700MHz 대역은 지상파 방송이 UHD, 통신이 LTE로 쓸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700MHz 대역에서 재난통신망이 배정돼야할 필요가 커진 겁니다.

재난통신망 배정에 방송과 통신 어느 진영도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 대역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어느 쪽이 더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인가를 판단해야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정 감사를 거치면서 미래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흠결이 드러났습니다. 통신 편향적인 정책에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상임위 차원에서 미래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공청회까지 개최하기로 했던 겁니다.

● 미래부가 생각하는 '전국 지상파 UHD 방송' 의미 들어보니
김수형기자_취파
미래부는 토론회를 위해 준비한 자료에서 지상파 UHD 도입 추진방향에 대해 <중앙과 지방 어디서나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얼핏 보면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 서비스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부 담당자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의미가 달랐습니다.

@ 정호준 새정치연합 의원

현재 상황에서 700MHZ에서 방금 우리 국장님 말씀대로 가능하다는 게 UHD방송까지 한다면 전국방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까?

@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전국방송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전국적으로 시청이 가능 하느냐, 하는 개념의 전국방송이 있을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방송사가 주장하는 전국에 모든 방송국의 완전 디지털 전환. 이런 측면으로 나눠서 말씀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 의미를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는 건지 아닌 건지 암호같이 답변을 했습니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예를 들면 경남도민들이 그런 전국방송의 경우에 KBS창원총국에서 만든 방송, 또 MBC경남에서 만든 방송, KNN에서 만든 방송을 UHD로 볼 수 있습니까?

@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그것은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서, 가령 KBS는 KBS안에서 어떻게 논의하느냐. MBC면 MBC안에서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는 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답변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만, 이 의미는 수도권에서 방송하는 UHD 방송을 지상파 내부 논의를 거쳐 지역 방송사에서 그대로 수중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른바 '슈퍼 스테이션'의 개념인데, 중앙 방송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지역 방송사들은 자체 편성을 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지역 뉴스시간도 사라지고, 지역 정보를 담은 교양 프로그램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심지어 우측 상단에 있는 지역방송사 로고도 표시할 수 없게 됩니다. 지역성 구현에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 방송이 UHD 방송에서는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여야 의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이 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놀라 뒤로 나자빠지겠다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완전히 뒤로 나자빠질 말씀을 지나가면서 슬쩍 하신 거예요. 물론 통신 쪽으로 일을 배우셨을 테니까 방송에 대해서 통신만큼 충분히 모르실수도 있고 지방의 사정도 모르실 수 있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전제를 가지고 둘 중에 이렇게도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방송에 대해서 너무 죄송합니다만, 이해를 못하시고 이게 너무나 폭발적인 사안을 너무나 단순하게 이렇게 판단하시는 것 같아서 국회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이개호 새정치연합 의원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UHD를 (전국에) 배분하겠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면 그것은 전 국민의 방송 향유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고, 또 국민의 평등권에 대한 아주 중대한 헌법상 권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주파수 배정, 공공성만 우선할 수는 없다"

미래부 담당국장은 공공성만을 우선으로 주파수를 배정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파수를 배정하는데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야겠지만, 공공성을 우선할 수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장면입니다. 그 답변 자체로 너무 큰 논란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

UHD 서비스는 700MHz 대역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러고. 이동통신사가 쓸 수 있는 주파수는 다른 데도 또 있다고 그러니, 잘 배정을 하고 잘 활용을 하면 이게 뭔가 묘안이 나올 것 같고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규조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기본적으로 공공성이 모든 주파수 분배를 할 때 가장 공공성만을 우선으로 해야 되느냐. 그거는 좀 더 검토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주파수 할당은 통신 3사는 꼭 고려해야한다?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은 다양한 주파수를 쓰고 있는 통신사들이 700MHz 말고 다른 주파수 대역을 통해 서비스가 불가능한지를 거듭 물었습니다.

@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

이동통신사는 700MHz 아니면 다른 주파수로 서비스가 불가능한가요?

@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세 개 사 이상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 700MHz는 공급이 되어야 됩니다.

@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

가능하다는 건가요 안 된다는 건가요?

@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세 개 사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는 700MHz 공급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

다시 질문을 드릴게요. 반대로 다시 얘기를 할게요. 이동통신사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니더라도 사용 가능한 다른 주파수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

한 개사만 고려하면 다른 대역 주파수도 있습니다만 세 개 사를 고려하면 700MHz도 필요합니다.


내년에 주파수 경매를 진행하는데 통신 3사의 안정적인 주파수 확보는 꼭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리는 대목입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통신사를 편드는 발언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 지역방송 존재 이유 부정하는 미래부, 중립적인 주파수 정책하고 있나?

지상파 방송은 각 권역별로 온전한 편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에 재허가를 내주면서 플랫폼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만큼 그 온전한 기능을 유지해줄 책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수도권 방송을 지방이 그냥 수용하라는 식의 정책을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이유로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까지 부정하는 미래부를 보며, 과연 그동안 주파수 정책이 공정하게 진행된건 지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11월11일 8시뉴스 김수형 기자 리포트]
"지역 편성 가능해야 전국 UHD" 의원들 호된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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