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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류중일과 잠실구장 '저주의 땅에서 축복의 땅으로'

[취재파일] 류중일과 잠실구장 '저주의 땅에서 축복의 땅으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4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위업입니다. 삼성이 찬란한 금자탑을 쌓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류중일 감독이 첫 손가락에 꼽힙니다. 초보 감독 시절의 '형님 리더십'부터 현재의 '엄마 리더십'까지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 역할을 해냈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홈구장인 대구야구장보다 '한국 프로야구의 메카' 격인 잠실야구장과의 인연이 유난히 깊습니다. 1982년 7월 잠실야구장이 완공됐습니다. 두 달 뒤 벌어지는 세계야구선수권을 위해 새로 지은 것입니다. 개장 기념으로 우수 고교 초청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경북고 3학년생으로 스타 선수였던 류중일은 결승전에서 부산고 투수 김종석으로부터 홈런을 뽑아냈습니다. 역사적인 잠실야구장 제1호 홈런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북고는 연장 끝에 부산고에 아쉽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류중일은 1987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 처음 출전했지만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버티고 있는 해태에 4전 전패를 당해 잠실구장을 밟지도 못했습니다. 김재박 이후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신인왕의 영광도 빙그레 이정훈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1987년은 류중일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해였습니다.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LG트윈스에게 4전 전패를 당했습니다. 잠실구장에서 2번, 대구구장에서 2번을 모두 지는 치욕을 겪었습니다.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또 해태를 만났습니다. 4차전까지 삼성은 2승1무1패로 앞서고 있어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5,6,7차전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이만수, 류중일, 양준혁, 김성래 같은 최강의 타자들이 7차전 막판에 등판한 선동열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도 취재기자로 현장에 있었는데 삼성 덕아웃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삼성에게는 너무나 쓰라린 패배였습니다.       
 
이렇듯 프로야구 선수 시절 류중일에게 잠실구장은 한마디로 '저주의 땅'이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코치가 된 2000년 이후에는 명암이 교차됐습니다. 김응용 감독 아래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김응용 감독의 한국시리즈 '불패신화'가 깨졌고 코치 류중일은 잠실구장에서 또 땅을 쳐야 했습니다.

2004년 한국시리즈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비가 억수처럼 내리는 가운데 잠실에서 사상 처음으로 9차전이 열렸습니다. 삼성은 혈투 끝에 재계 라이벌 현대에 졌습니다. 2승3무4패로 패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얼굴에는 세찬 빗물과 함께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잠실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은 이듬해인 2005년에 풀렸습니다. 선동열 감독 시절 류중일 코치는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잇따라 축배를 들었습니다. 2005년엔 두산에 4전 전승을 거뒀고 2006년엔 한화를 4승1무1패로 따돌렸습니다. 우승이 확정된 곳은 두번 모두 잠실구장이었습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SK에 4전 전패를 당하자 선동열 감독이 경질되면서 류중일 코치가 마침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지 24년만에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감독으로 처음 나선 2011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과거 삼성 선배였던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를 4승1패로 제압했습니다.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초보감독으로 영광의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듬해에도 같은 팀(SK), 같은 감독(이만수)를 상대로 잠실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올랐습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2010년대는 삼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류감독의 장담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꺾었고  2014년에는 넥센을 맞아 잠실에서 4승2패로 4회 연속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삼성 우승
류중일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4번의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습니다. 3번은 잠실구장에서, 1번은 대구구장에서 감격의 샴페인을 터뜨렸습니다. 잠실구장이 '저주의 땅'에서 '축복의 땅'으로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류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잠실만 오면 잘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삼성은 잠실에서 열린 5,6차전을 내리 이기고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대구-경북 야구의 '적자', '정통 삼성맨'으로 불립니다. 경북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고 삼성 유니폼만 28년째 입고 있습니다.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버린 류중일 감독이 앞으로도 잠실구장에서 계속 활짝 웃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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