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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암초 만난 김문수표 혁신…시험대 오른 '문무합작'

[취재파일] 암초 만난 김문수표 혁신…시험대 오른 '문무합작'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어제(11일) 첫 혁신 성과물을 들고 의원들 앞에 섰습니다. 지난 9월29일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매주 한 두 가지씩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발표해왔는데, 그간 결과물을 모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은 모두 9가지입니다. 내년 세비 동결과 무노동 무임금(국회 파행이나 공전시 세비 미지급),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불체포특권 개선 등이 골자입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두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됐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소속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반발한 의원들은 대부분, 보수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진정한 혁신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의원 10여명 가운데 2~3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혁신위 발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고 총회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당을 혁신하고 정치를 바꿔나가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책이 아닌, 부차적인 사안을 다룬 것이어서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액세서리나 화장발을 고치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박민식 의원), "보수혁신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위원회"(김성태 의원) 같은 비판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이노근 의원은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모두 공개된 내용을 갖고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혁신위 관계자는 "어제 발표한 혁신안은 혁신위가 구상 중인 4단계 혁신 방안 가운데 첫번째 단계로, 초점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맞췄을 뿐"이라며 "향후 정당 개혁과 국회제도, 선거제도 혁신 등 굵직한 과제들도 다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체 구상의 일부에 불과한 특권 내려놓기에 의원들이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혁신안부터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퇴짜'를 맞은 셈이어서, 항후 개혁과제들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어제 의원들의 집단 반발로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6.4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3선에 도전해달라는 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7.30 재보궐 선거 서울 동작을 출마 권유도 거절했습니다. 그 뒤 새 당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대표의 제안으로 '보수혁신위원장'의 자리에 올랐는데, 첫 성과를 내기도 전에 당 의원들의 반발이라는 장애물을 만난 셈입니다.

혁신위를 꾸려 기세 좋게 언론에 브리핑까지 열어가며 약속한 안들을,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경우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위원장에 오른 뒤 '언행일치'를 거듭 강조한 김 위원장으로선, '언행일치' 약속에 앞서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된 겁니다.

혁신위 간사를 맡고 있는 안형환 전 의원은 혁신안의 이행이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에 "결국은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안들을 논의하면 으레 반대파의 목소리가 크고, 찬성파들은 조용해질 수 밖에 없다며, 그간의 의총에서도 결정을 내릴 때 표결로 정하는 경우는 없고, 지도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결국은 김무성 대표의 결심에 달렸다는 겁니다. 김 대표가 '의원들의 총의'를 거스르면서까지 혁신안을 밀어부치려면 결단이 필요한데, 김 대표는 혁신위 안을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김무성 캡쳐_640

김문수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와의 협업을 강조하며 '문무합작'이라는 조어를 내놨습니다. 1951년생 동갑, 15대 국회에 처음 당선한 동기로 친구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의 '문무합작'이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결실을 낼 수 있을지, 첫 라운드를 끝낸 보수 혁신위의 앞날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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