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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은폐와 거짓말이 정부의 공보 준칙?

[취재파일]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정부는 11일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세월호 관련 수색 중단을 결정하고, 직후 이주영 해수부 장관을 통해 이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여야가 세월호 법에 합의하고 정리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발표 전날밤 발생했습니다. 한 통신사가 "다음날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수색 중단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기자들은 즉각 총리실 비서실과 공보실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아는 바 없다"였습니다. 총리실 출입기자들이 몇 번에 걸쳐 확인했지만 마찬가지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해수부 장관이 관련 담화를 발표하느냐"는 질문에도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정홍원 연합

그러나 다음날 아침,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직후 관계장관 회의를 열었고, 이주영 장관의 담화도 진행됐습니다. 총리실 공보라인은 결국 지난밤 많은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마치 하룻밤에 예수를 세 번이나 부정한 베드로처럼 말입니다.

총리실은 총리의 공적인 업무일정, 그것도 세월호와 관련한 중요한 일정을 왜 이렇게 끝까지 숨기려고 애썼을까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총리실에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해명은 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경황이 없었고, 두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그날 오후에 일정에 없던 관계장관 회의가 결정되는 바람에 경황도 없고, 일정을 미리 공개할 경우 언론이 어떤 추측 보도를 할지 몰라 두려웠다는 겁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시쳇말로 밥 먹고 하는 일이 공보인 분들이 그날 오후에 결정된 사안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총리실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가 나올까봐 일부러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확인해주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독도 입도지원시설 백지화 문건 유출 때문에 더 겁이 났다면서, 총리실이 항상 그랬던 게 아닌 만큼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아리]독도+정홍원

하지만, 최근 총리실의 행태를 가만히 보면 다만 수동적으로 겁이 나서 어쩌다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독도 입도지원시설 백지화의 경우, 외교부 당국자가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입을 다물었던 것도 오늘 확인해보니 총리실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분명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은폐와 거짓말이 우리 행정부를 총괄하는 총리실을 통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요즘 총리실처럼 "아는 바 없다"는 말을 남용하는 부처가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라는 사실입니다. 국정원처럼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조직도 아닌 총리실이, 독도나 세월호 문제처럼 예민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몰래 넘어가려는 행태로 일관한다면, 정상적인 민주 정부임을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겁니다.

당장은 큰 문제 없이 잘 넘어갔다 싶겠지만, 국민과 언론의 불신이 쌓이면 그 결과는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엄청날 겁니다. 언론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 덮어놓고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될 겁니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신뢰를 국민으로부터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세월호 국면을 끝내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가져가는 희생을 요구합니다. 세수를 올리기 위해 담뱃값 인상을 들고 나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건 바로 신뢰 회복입니다. 믿지 못하는 정부에게 주머니를 열어 세금을 내고 싶은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거짓말 그만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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