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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도 시설물 건립 취소…진짜 문제는 '감추기'

"공론의 장 마련해 국민 설득했어야"

[취재파일] 독도 시설물 건립 취소…진짜 문제는 '감추기'
지난 1일 독도에 지으려던 또 하나의 시설물 계획이 무산됐다. 총리 주재 관계 장관회의에서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정부 결정에 비난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해양과학기지 건립이 독도에서 백령도로 자리를 옮겼을 때처럼 명분이냐, 실리냐의 논란 정도로 끝났을 수 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잘못된 첫 단추는 대국민 소통이다. 

관련 내용에 대한 취재에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주무 부처인 외교부, 해수부 대변인은 물론, 총리실 공보실장이 그랬다. 언론 대응은 총리실에서 일원화하기로 했다며 입을 닫았다. 총리실 담당 국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은 감춰질 수 없는 것이었다. 둘째라면 서러워 할 정보국가 일본이 상대국이다.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는 입도지원센터 건설사 입찰 공고가 취소된 상황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것을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들만 모른 것이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정부의 대응은 더욱 한심해진다. 총리실이 앞장섰다. 한 장짜리 해명자료를 통해서다.
베이징 특파원 시절 중국 정부의 대응과 너무 흡사해서 해명자료를 그대로 옮긴다.

<총리실 해명 내용>
-독도 입도지원센터는 안전관리와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하여 추가로 검토가 필요하여 입찰공고를 취소 한 것임.
-이 외에 결정된 바는 없으며 위 제반사항에 대한 추가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음.


한마디로 요약하면 추가 검토가 필요할 뿐이고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기자가 이미 입수한 관계 장관회의 회의 문건을 보면 거짓임이 금방 드러난다.

문건을 보면 입도지원센터 건립을 위해 이미 배정받은 예산 30억 원에 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 부처 회의를 통해 사업 대안과 다른 사업 전환까지 포함해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 국회가 다시 반영하지 않도록 대응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초등학생이 봐도 사업 백지화 결정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 대응과 비슷하다는 것은 문건에 나온 대응 논리 때문이다. 문건을 보면 대응기조라며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에 문제점 또는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 보류"로 적혀있다. 총리실 해명자료와 같다.결국 회의에서 결정한 소위 대응 기조대로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지난 5일 SBS 8뉴스는 부실한 해명자료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다음날 외교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하여 추가로 검토가 필요..."라고 말했다. 문건의 대응기조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민감한 시절마다 남.북 관계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쌍방이 냉정하게 평화적인 방법으로..."로 시작하는 답변을 되풀이 한다. 최고 지도부는 물론 말단 공무원까지 한결같은 답이다. 중국 공산당의 일사불란한 답변 행태를 대한민국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정부가 왜 이렇게 대응했을까? 궁금증이 커질 것이다. 다시 회의 문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슈화를 꺼린 것이다. 문건의 '이해관계자 설득 등 대응' 항목에는  "이슈화가 되지 않도록 해수부 장관이 경북도및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설명 등 초기 대응"이란 내용이 나온다. 일단 감추면서 문제가 알려져도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이슈화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입도지원센터 건립 취소 사태는 정부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총리실은 국민 소통과 관련해 거꾸로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더욱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비밀 장관회의 내용을 언론에 알린 최초 발설자를 찾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원화된 대응을 한다는 총리실은 공개 브리핑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언론에는 '오프 더 레코드'와 '엠바고'라는 선의의 관례가 있다. 국익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등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보도를 유예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관행이다. 약속했다 어기면 출입기자 자격이 정지되거나 없어지는 징계가 주어진다. 그래서 대부분 언론은 이를 따른다.

총리실 공보실에는 국장 1명과 1급인 공보실장이 있고, 역시 기자 출신으로 공보실장을 역임한 총리 비서실장이 있다. 3명의 고위공직자가 기자 출신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관례를 이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리 비서실장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이뤄지는 보도에 대해 "국익을 고스란히 일본에 넘기는 기사"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 영토다. 우리 영토인 만큼 마음대로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 그것이 국민정서다. 하지만 일본도 속내가 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설픈 강경책은 외교적 실효성 없이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독도는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존심 상할 국민정서를 의식해 이를 쉬쉬한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다수의 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국익과 자존심 상할 국민을 생각했다면, 이런 사정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치열하게 논쟁하고 그 속에서 결론을 도출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일본이 '외교적 성과' 운운하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슈화를 두려워하는 정부가 무슨 정책을 제대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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