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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회의 폐막…'트리플 크라운' 한국 ICT 위상 재확인

ITU회의 폐막…'트리플 크라운' 한국 ICT 위상 재확인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폐막을 하루 앞둔 6일 우리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감지된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권회의에서 ▲ 한국인 첫 ITU 고위직 선출 ▲ 7선 이사국 진출 ▲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촉진 등 한국이 주도한 의제의 결의 채택 등을 모두 성사시켜 '트리플 크라운'을 일궈냈다.

여기에 ICT 인프라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ITU 15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회의'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나름대로 성공적인 운영 능력을 선보여 '역시 ICT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ITU 전권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 ICT 정책 결정에 한국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물론 국내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 ITU 표준화총국장 당선…표준 주도 발판 마련

이재섭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의 ITU 표준화총국장 당선은 한국이 이번 전권회의에서 이룬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표준화총국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169표 가운데 과반(85표)인 87표를 얻어 '한국인 최초의 ITU 고위직 진출'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기식 전문위원이 도전했다가 낙방한 이래 8년에 걸친 한을 푼 것이다.

표준화총국장은 ICT 관련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사무총장·차장 등과 함께 회원국 투표로 선출되는 ITU 5대 고위직 가운데 하나다.

한국인이 표준화총국자에 당선됨에 따라 한국이 ICT 세계표준을 주도하고 글로벌 ICT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차기 표준화총국은 미래 초연결사회의 핵심 요소인 IoT의 국제표준을 수립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가 IoT 주도권을 쥐는데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ICT 최강국이면서도 한번도 ITU에서 핵심보직을 맡지 못하면서 따라붙은 ICT 리더십 부재에 대한 고민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재섭 박사의 당선은 한층 커진 한국의 국력 속에 미래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지난 1년 간 전 세계에서 총력 유세를 펼친 결과"라며 "ICT 관련 국제기구에 한국인이 대거 진입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ICT 강국 위상 재확인한 이사국 7선 진출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또 ITU 이사국 7선에 성공하는 성과도 거뒀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아시아·태평양지역 이사국 선출 투표(복수 지지 가능)에서 유효표 167표 가운데 140표를 얻어 18개 출마국 가운데 2위로 당선됐다.

한국전쟁 중인 1952년 ITU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89년 처음으로 이사회에 진출한 이래 7회 연속 ITU 이사국으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4년 전 선거에서 인도네시아·중국·일본·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5위로 이사국에 당선된 우리나라가 이번에는 중국에 이어 득표 수 2위로 뛰어올라 한층 강화된 ITU 내 입지를 재확인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재섭 연구위원의 표준화총국장 당선에 이어 다시 한번 글로벌 ICT 강국의 위상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총 48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사무총장·차장이 주도하는 집행부 활동에 대한 감독, 예산 승인·결산 등 ITU 운영 전반에 관여한다. 전권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이사회의 역할이다.

지난 50년간 ITU에서 쌓아온 입지가 워낙 탄탄한데다 역내에서는 중국·일본·인도 등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ICT 위상을 위협할 만한 국가가 출현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세계 주요 ICT 강국처럼 사실상 '장기 이사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 한국 제안한 의제 모두 결의로 채택

한국이 제안한 ICT 융합과 IoT 촉진이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모두 통과된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가 전권회의에서 특정 의제를 선도한 것은 1952년 ITU 가입 이래 처음이다.

ICT 융합은 ICT 응용기술을 다른 산업에 적용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창조경제 개념을 글로벌 공동성장 모델로 삼자는 것이다. 이 의제는 우리 정부가 창조경제 정책을 세계로 전파하고자 전략적으로 발굴한 것이다.

또 IoT 의제는 미래 초연결사회의 핵심 요소인 IoT에 대한 인식 제고와 IoT 산업 발전을 위한 ITU의 역할 강화가 주목표다.

특히 IoT 결의는 한국인 표준화총국장 당선과 맞물려 우리나라가 IoT 기술표준을 선도할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커넥트(Connect) 2020' 결의도 이번 전권회의의 성과다. 한국이 제안하고 14개국이 공동 발의한 커넥트 2020은 ▲ 성장 ▲ 포용성 ▲ 지속성 ▲ 혁신·협력 등 4가지 가치 아래 모든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발전과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된 정보사회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 의제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열린 ICT 장관회의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을 비롯해 50개국 ICT 수장들이 발표한 '부산 선언문'에 포함되기도 했다.

ITU가 전권회의에서 미래 비전과 관련된 결의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래부는 전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한국이 제안한 의제가 모두 결의로 채택됨으로써 글로벌 ICT 어젠다 논의에서 한국의 입김이 세지는 것은 물론 ICT 외교력도 한단계 격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중국인 사무총장 시대 개막…G2 주도권 싸움 신호탄되나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중국계인 자오허우린 현 사무차장이 사무총장으로 당선됨으로써 글로벌 ICT 정책 주도권이 어디로 향할 지에 대한 논쟁도 촉발됐다.

ITU 150년 역사상 중국인이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TU 사무총장은 ITU 운영 방향은 물론 조직 내 모든 의사결정 최종 승인권자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과 중국 간 글로벌 ICT 주도권 싸움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샤오미·레노버 등 자국 ICT 기업의 성장을 토대로 글로벌 ICT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이 ITU의 수장 자리마저 차지함에 따라 경제·외교에 이어 ICT에서도 미국·유럽과 어깨를 견주는 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전권회의에서 사무총장 역할 범위 확대와 사무총장 활동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기능 강화 및 투명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의제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이번 ITU 사무총장 당선을 계기로 ICT 분야에서 질 낮은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에서 첨단 ICT 국가로 이미지 쇄신을 하고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아프리카·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과의 ICT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국 ICT 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나란히 ITU 요직인 사무총장, 표준화총국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한·중 간 ICT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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