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60년 넘게 참았다"…동두천시민들, 미군 잔류 규탄 집회

"수학여행 가서도 기지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동두천에서 왔다고 못하고 천두동에서 왔다고 했다." 오늘(5일) 동두천시는 정부의 미2사단 잔류 결정에 대한 시민의 분노로 시끄러웠습니다.

주민들은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앞 주차장에 모여 정부의 잔류 결정을 규탄하는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60여 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참았는데 또다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기약없는 희생을 요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군을 상대로 장사하는 보산동 상인들 역시 "일부 부대만 잔류하는 것은 최악"이라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오후 3시 미 2사단 캠프 케이시 정문 옆 주차장에서는 '미 2사단 동두천 잔류 결정'을 규탄하는 범시민대회가 열렸습니다.

'동두천시 미군 재배치 범시민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지난달 24일 동두천 미 210 화력여단 잔류를 결정한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또 국가 안보를 위해 잔류가 어쩔 수 없다면 용산이나 평택에 준하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종갑 미군 재배치 범시민 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지난 63년간 시 면적의 절반을 아무런 대가 없이 국가 방위를 위해 내놓은 사이 동두천은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도시가 됐다"며 "아무런 대책 없는 미군 잔류는 그동안의 희생을 짓밟는 무책임한 처사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세창 동두천시장도 집회에 참가해 "지난달 24일 정부는 동두천 미군기지 이전 약속을 깨고 아무런 대책 없이 210여단을 남기겠다고 통보했다"며 "이는 동두천을 폐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오 시장은 "반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동두천 시민이 국방을 위해 희생한다면 그에 따른 최소한의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952년부터 2011년까지 미군이 60년간 주둔하며 지역 경제에 연간 약 3천243억원의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1천 2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구호 제창을 하다 기습적으로 캠프 케이시 정문으로 행진을 시도했으며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후 현장에서 미군 부대 정문으로 행진을 강행하자는 쪽과 물러나자는 쪽 시민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여 분간 지속된 대치는 오세창 동두천시장이 나서 시민을 설득한 이후에 끝났습니다.

이후 시민들은 예정대로 중앙시장 쪽으로 행진했습니다.

잔류가 결정된 캠프 케이시 인근에서 주로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던 상인들도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미 미군의 수가 10년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든 상황에서 캠프 케이시만 남으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수도, 미군 상대 영업을 계속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보산동 상가번영회 고종빈 회장은 "상인들이 캠프 케이시가 이전하고 그 자리에 대학이나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그에 걸맞게 업종 변경을 계획했다"며 "케이시만 덩그러나 남는다는데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습니다.

보산동에서 40년간 장사를 했다는 김모(60)씨도 "미군이 완전히 떠나서 그 땅을 개발해서 쓸 수 있도록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대규모로 미군이 들어와 상권을 살리든지 해야지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30만원 남짓한 가게 임대료도 못 내고 있다" 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캠프 케이시 인근 보산동 상점 거리는 스산함 마저 느껴집니다.

식당과 클럽은 물론, 옷가게와 잡화점까지 점포의 절반가량은 아예 문을 열지도 않았습니다.

문을 연 가게들도 영업을 안 하는 가게와 분간이 안갈 정도로 한산했습니다.

골목골목 영어 간판을 단 가게들이 늘어서 있지만, 손님은 커녕 길을 다니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곳에서 안경점을 경영하는 조모(57)씨는 "이미 미군들이 이라크 전쟁과 기지 이전 등으로 많이 빠져나가 손님이 없다"며 "그나마 저녁 시간에만 찾는 사람들이 있어 많은 가게 주인들이 오전에는 가게 문을 열지도 않는다"고 털어놨습니다.

신발 가게를 하는 박모(46)씨는 "1980년대 이후 동두천 미군은 2만여 명에서 점점 줄어 210 화력 여단만 잔류하면 1천여 명이 남는다"며 "더는 미군 상대 영업은 하기 힘들지만 보산동 대부분 지역에 미군 기지가 버티고 있으니 다른 장사를 하기도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