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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보다 가혹한 겨울"…이라크 난민 생존 위기

"IS보다 가혹한 겨울"…이라크 난민 생존 위기
"우리 가족이 추위에 얼어 죽을까 봐 두려워요"

세계식량계획(WFP) 직원이 이라크 북부 두호크 주에서 만난 사브리 기루는 한 살된 막내딸을 품에 안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을 피해 올해 8월 어린 네 딸과 함께 이라크 북부 두호크 주로 피란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출신인 그의 남편은 IS와 싸우다 신자르산에서 죽고 말았다.

피란 당시만 해도 당장 음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보챌 때면 허기를 잊게 하려고 잠을 재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식량이나 IS의 위협보다 더 가혹한 '적'과 맞닥뜨렸다.

바로 길고 긴 엄동설한이다. 고도가 높고 산악지대인 이라크 북부의 겨울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데다 강풍이 심하고 비와 눈이 많이 내려 매우 습하다.

제대로 된 거처와 월동장비가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날씨다. 특히 기루의 딸들처럼 어린 아이들에겐 겨울은 치명적이다.

피란민이 임시로 사는 천막으론 겨울을 나기엔 어림도 없다.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난방시설은 물론 유리창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난방 연료가 변변치않아 구호단체가 두고 간 종이 상자 조각을 태워 몸을 녹여야 하는 처지다.

맹추위를 막을 집이나 난로는커녕 기루와 딸들은 지금 양말도 신지 못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이라크 난민촌을 돕는 데 역부족인 구호단체들은 국제 사회에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 단체들이 요즘 거의 매일 내는 호소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winter'(겨울)와 'urgent'(긴급한)다.

IS 사태로 올해 1월부터 이라크에서 발생한 피란민은 190만 명 정도다. 이중 절반 정도가 겨울 추위가 극심한 이라크 북부로 향했다. IS가 중서부를 장악한 탓이다.

이라크주재유엔사무소(UNAMI)의 집계에 따르면 이 중 100만 명이 월동준비가 되지 않았다.

재클린 배드콕 유엔 이라크 담당 인도주의업무조정관은 4일(현지시간) "이미 겨울이 시작됐다"며 "겨울용 신발이 어린이용 22만5천 켤레를 합해 최소 45만 켤레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도 피란민 126만 명이 겨울을 나려면 거처와 월동장구에 4천630만 달러, 식량을 구하는 데 7천20만 달러가 '지금 즉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난민 보호 시설을 담당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20일 8만 가족이 겨울을 나야 하는데 현재 3만 가족이 쓸 수 있는 구호품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라크 난민촌의 월동장구의 가격도 치솟고 있다.

구호단체 리치(REACH)가 지난달 말 낸 보고서에 따르면 북부인 디얄라, 니네바 주에선 겨울에 필요한 난방 연료가 6월과 비교해 배로 올랐고 따뜻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가스버너는 최고 3배로 값이 뛰었다.

반면 가계 소득은 피란민의 70∼90%가 IS 사태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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