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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맺은 40년 인연…한국의 나이팅게일

<앵커>

머나먼 타국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삶,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무려 40년 넘게 어려운 환자들을 도우며 결혼도 포기한 채 살아온 벨기에인 여의사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늦게나마 한국 국적을 수여했습니다.

정윤식 기자입니다.

<기자>

할머니 의사가 한복을 차려입고 병원을 나섭니다.

브라쇠르 마리 헬렌, 환자들 사이에서 배현정 원장님으로 통하는 서울 금천구의 전진상 의원 원장입니다.

배 원장이 한국에 온 건 26살이던 지난 1972년이었습니다.

의료봉사단 간호사로 서울을 찾은 뒤 고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포기했습니다.

판자촌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배현정/전진상의원 원장 : 물도 없고 전기 사정도 별로 안 좋았어요. 환자들은 바깥에서 골목에서 앉아서 기다리고 있고. 화장실 문제가 굉장히 심각했죠.]

고 김수환 추기경의 권유로 달동네 한복판에 진료소를 세웠고, 공부까지 병행해 의대를 졸업했습니다.

평생을 미혼으로 지내며 돌본 환자는 39만 명.

소년소녀 가장 90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치료비가 없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돈을 건넸습니다.

[조동숙/서울 금천구 : 많이 좋아하죠, 노인들이.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에게 옛날엔 그 무슨 돈 조금 생기면 생활비도 나눠주시는 것 같아요.]

40년 한국 생활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었습니다.

[배현정/전진상의원 원장 : 18세 정도 여자 환자인데 숨도 못 쉬고 그 자리에서 죽을 거 같았어요. 업고 내려오니까 죽어가는 사람이니까 택시가 돌려서 다 가버리는 거예요. 근데 산이니까 비가 오고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내려갈 수밖에 없는데, 정말 무슨 힘으로 산 밑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법무부는 한국 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로 배 원장에게 한국 국적을 수여했습니다.

[배현정/전진상의원 원장 : 상당히 큰 기쁨이죠. 갑자기 물어보면 너무 기뻐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조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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