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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테러, 암살?…드론을 두려워 하는 이유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에 드론(소형 무인기)이 나타났다. 10월 5일부터 20일까지 보름 동안 프랑스 전역에 걸쳐 원전 7곳에 출몰했다. 적어도 10번 이상 드론이 목격됐다. 주로 밤이나 이른 새벽에 나타났다. 하루에 4곳에서 동시에 목격되기도 했다.

프랑스 법에는 발전시설 반경 5km와 상공 1km 내에선 어떤 물체도 날아다녀서는 안 된다. 드론의 비행이 불법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전 운영 회사인 EDF는 아무 대응도 못했다. 원전을 지키는 특수 부대도 넋 놓고 당했다. 특수부대는 2007년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원전에 들어가 시위를 벌인 이후 창설했다. 드론을 보고만 있었으니 누가 조종했는지도 모른다.
취파

침투 전력이 있는 그린피스가 일단 의심을 받았다. 그린피스는 2년 전 프랑스 동남부에 있는 한 원전 상공에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간 적도 있다. 원전 폐쇄를 주장하기 위한 시위였다. 그린피스는 “당시 패러글라이딩에 단체 로고를 붙이고 내려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의 행위는 무언가를 알리는 게 목적이므로 공개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시위자의 얼굴도 가리지 않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진다는 것이다. 고로,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주장이 없는 것이 더 혼란스럽고 걱정이다”고 말했다. 감춰진 목적이 뭐냐는 물음에는 여러 상상이 가능하다. 영국 신문 텔레그라프는 “만약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면…”이라는 기사를 썼다.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환경단체들은 드론이 원전 상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닌 것 자체가 원전 안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EDF는 “드론이 원전에 추락하거나, 무언가를 떨어뜨려도 발전소는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테러 등 직접적인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드론을 띄웠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원전 상공에 나타난 드론을 무력화하겠다고도 말했다. 프랑스는 원전을 58기 가동시켜 자국 전력의 4분의 3을 충당하는 원전 대국이다. 원전과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드론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이다.
          
이 뿐이 아니다. 드론은 지난해 9월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야외 연설 무대에도 불쑥 나타났다. 지지자가 조종한 것으로 드러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사전에 몰랐던 경호원들은 당황했다. 연설대에 착륙한 드론을 수거해 가는 경호원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경호원 머리 속에 암살이란 단어가 떠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드론 때문에 축구 경기가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경기 도중 드론 한대가 알바니아 국기를 매달고 경기장으로 날아왔고, 세르비아 선수가 이를 낚아 채자 선수와 관중들이 뒤엉켜 싸움판이 됐다. 두 나라는 역사적 갈등으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드론이 불을 지른 셈이다. 수많은 드론 사용자의 나쁜 상상력을 어떻게 자제시키고 제압해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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