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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수사로 '유괴 괴담' 키운 울산경찰

늑장수사로 '유괴 괴담' 키운 울산경찰
울산시 울주군 지역에서 확산 중인 '초등학생 유괴 시도가 잇따른다'는 소문에 대해 경찰이 '괴담' 이라고 해명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초 유괴 의심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소문과 불안감을 눈덩이처럼 불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7일 오후 울주군 범서읍 A초등학교 학부모가 "1학년 딸이 하굣길에 수상한 남자로부터 '엄마가 기다리고 있으니 차에 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며 112에 신고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학교와 학부모 사이로 퍼졌고, 급기야 학교는 '유괴 등 범죄 피해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 달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가정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8일에는 B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1학년 딸이 등교하는데 봉고차를 탄 아저씨가 '예쁜 목도리를 보여줄 테니 같이 집에 가자'고 유도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모바일 메신저를 타고 확산됐습니다.

이 지역 아파트들은 '자녀 단속을 강화해 달라'는 방송을 했고, 일부 아파트는 수상한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아예 통제하는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진상 파악에 나선 경찰은 B초등학교 유괴 소문을 최초에 주변에 전한 한 학부모를 찾았고, 이 부모의 딸로부터 "친구들 사이에 퍼진 말이고, '예쁜 목도리를 보여 준다'는 내용은 내가 지어낸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일파만파 퍼지는 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초등생 유괴미수 소문은 단순 괴담이며 해프닝이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앞서 7일 접수된 A초등학교 신고에 대해서는 소문의 진위조차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는 등 소문이 확산할 기미를 보이자 경찰은 오늘(30일) 오전에 "7일 신고내용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유괴 시도를 당했다는 학생이 하교하는 장면이 찍힌 CCTV 자료에 이 학생이 친구, 친구 엄마와 함께 교문을 떠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입니다.

차를 탄 남성과 대화를 나누거나 수상한 차량이 배회하는 장면은 없었다고 경찰은 강조했습니다.

또 당시 해당 학생과 동행한 친구 엄마에게서도 "수상한 차는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고내용을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CCTV 자료를 신고 3주가 지난 시점에야 확인한 뒤 부랴부랴 발표한 것을 두고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문제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찰 주장대로 잇단 소문이 모두 근거 없는 괴담이라면, 처음 신고를 받았을 때 철저한 수사로 진위를 가리고 그 결과를 전파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또 다른 뜬소문을 만들어 내고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7일 신고를 받자마자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CCTV 분석, 잠복근무, 탐문수사 등을 진행했다"면서도 "그러나 CCTV 자료의 양이 방대해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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