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이라크서 IS 패러디한 TV 풍자 코미디 '눈길'

이라크서 IS 패러디한 TV 풍자 코미디 '눈길'
최근 이라크 국영 알-이라키야 TV에서 극단주의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를 패러디한 풍자 드라마가 방영됐다고 LA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신의 나라'(State of Superstition)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이라크 내에서 IS가 장악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살육과 파괴, 고통을 다룬 풍자 코미디다.

지난 9월부터 매일 오후 9시부터 30분간 30회가 방영됐다.

이 드라마에서 IS는 악마와 결혼한 유대인 여성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분노에 찬 눈과 수북한 턱수염을 가진 미치광이로 묘사된다.

아명도 'ISIL'(IS 옛이름)이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참수자'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피묻은 칼로 사람들의 머리를 베고, 총으로 쏴죽이고, 폭탄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다.

이 드라마 주인공은 자신을 '칼리프'로 지칭하고 있는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패러디했다.

드라마 제목도 'Khilafa'(Caliphate·칼리프가 다스리는 지역)에서 'l'자를 빼고 'r'자를 넣어 'Kirafa'(Superstition·미신)로 정했다.

이는 '칼리프가 다스리는 나라 건설'이란 IS의 목표가 미신이라는 의미에서다.

드라마 내용은 매우 직설적이다.

실제로 '축구경기편'은 턱수염을 기른 IS팀과 월드컵 올스타팀이 축구경기를 하다가 올스타팀이 골을 넣자 IS팀이 심판의 아들을 납치해 심판이 경기를 조작하는 내용을 다뤘다.

올스타팀이 승리하자 IS팀은 상대편 선수를 참수하고 일방적 승리를 선언하며 머리가 잘린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패러디 장면도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다윗의 별' 목걸이를 한 유대인 여성은 이라크 내 '반 이스라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유대인 여성이 악마와 결혼해 IS를 낳았다는 설정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비밀리에 모의해 이라크를 파괴하기 위해 IS를 탄생시키고 자금을 댔다는 '음모론'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드라마는 또 IS에 은밀히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했다.

이 드라마의 시청권은 IS가 장악한 이라크 서부와 동북부 지역을 비롯해 이라크 전역이다.

최근에는 드라마에 영어 자막을 입혀 위성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IS도 이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제작자와 배우들에 대한 보복살인을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배우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드라마 엔딩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출연하는 동안 집에도 가지 않았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 드라마의 각본·제작을 맡은 사이르 치아드 씨는 "전 세계에 IS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면서 "젊은 이슬람 청년들이 IS의 유혹에 빠져 전사로 나서고 있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코미디 드라마로 만든 것은 IS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한 극적 장치"라며 "IS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지만 수천여 명의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격려 이메일을 보내오고 있어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