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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이 5번째로 안전하다는데…

[취재파일] 한국이 5번째로 안전하다는데…
저는 지난해 말까지 하루에 4시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워낙 먼 곳에 살았기 때문이죠. 하루에 4시간을 지하철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많은 사건 사고를 목격하게 됩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 경험도 있고 취객에게 맞아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여성들이 늦은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외신 기사 하나가 제 눈길을 잡았습니다. 여성의 대중교통 이용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설문조사였습니다. 서울이 세계 16개 대도시 가운데 5위에 올랐다는 내용입니다. 조사 대상 도시 가운데 다섯 번째로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CNN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았습니다.

여성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가장 안전한 도시는 미국의 뉴욕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도쿄, 베이징, 런던, 서울 순 이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16개 도시의 여성 6천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톰슨로이터 재단은 나라별로 최소 9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고 하더군요. 뉴욕이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설문조사는 야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안전한지, 또 언어 희롱 위험도, 신체 희롱 위험도, 신고 시 경찰 대처에 대한 신뢰도, 주위 도움에 대한 신뢰도 등 6개 문항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서울은 '다른 승객들이 어려움에 처한 여성을 도울 것이라고 얼마나 확신하느냐'는 문항에서 최하점을 받았습니다.

제 경험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9년 가을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집으로 가던 중, 열차에 탑승하는 취객 한명을 목격했습니다. 30대 초로 보이던 이 남성은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남성은 열차 문에 힘든 몸을 기대고 있었는데, 다음 역에서 열차가 정차하면서 문이 양 옆으로 열렸습니다.

그때 이 남성의 왼손이 열차 문과 열차 벽 사이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심한 통증을 느낀 이 남성은 빠르게 손을 뺐지만 손 등에는 심한 상처가 생겼고 놀랄만한 양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승객들의 비명과 함께 열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이 남성을 돕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 역시 무섭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 남성을 그대로 두면 과다출혈로 더 큰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성에게 달려가 손수건으로 지혈을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제 양손은 피로 엉망이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열차 안에서 저를 돕겠다고 달려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휴가나온 군인 한 명이 열차 안에 설치된 비상 전화로 신고했을 뿐이었습니다. 신속하게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남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열차 안에는 스무명 넘게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저를 돕지 않았습니다.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괜히 남에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어려움에 처한 여성을 도울 것이라고 얼마나 확신하느냐'는 문항에서 서울이 최하점을 받았다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야간에 이용할 때 안전도, 언어 희롱 위험도, 신체 희롱 위험도, 신고 때 경찰 대처에 대해서는 서울이 5위로 올랐습니다.  

1. 콜롬비아 보고타
2. 멕시코시티
3. 페루 리마
4. 인도 뉴델리
5.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7.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8. 태국 방콕
9. 러시아 모스크바
10. 필리핀 마닐라
11. 프랑스 파리
12. 서울
13. 런던
14. 베이징
15. 도쿄
16. 뉴욕     (아래로 내려갈수록 안전하다는 뜻)

조사에 따르면 콜롬비아 보고타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야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멕시코 시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성 가운데 60%가 신체 희롱을 경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 인구 절반 이상이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겁니다.

반면, 서울이 안전한 도시로 5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중교통이 안전하고, 또 위험에 처했을 때 누군가가 달려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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