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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둘째 부인 둔 집이 16가구?…난봉꾼 마을의 비밀

[월드리포트] 둘째 부인 둔 집이 16가구?…난봉꾼 마을의 비밀
 산둥성 린이페이진의 다구안촌은 자그마한 농촌 마을입니다. 마을 주민은 다 합해야 200명을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한 현지 언론이 이 마을과 관련해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자료는 농촌토지권개혁사무소와 통계 조사 회사에서 공동 제작했습니다. 이 마을의 호구 구성과 각 호구가 현재 사용권, 즉 경작권을 갖고 있는 토지의 넓이, 위치 등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작은 마을에서 무려 16가구가 한 남성에 두 명의 여성이 아내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 남성이 두 명의 아내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중 상당수 호구에는 장자, 큰아들로 2명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사진에 나와 있는 가구의 경우 기록상 구성원은 이렇습니다. 남성 장모씨는 왕모와 양모 2 명의 여성을 아내로 두고 있습니다. 큰 아들도 2 명입니다. 자신의 성을 따른 장씨 성의 아들도 있지만, 엉뚱하게 손씨 성을 가진 아들이 또 있습니다. 이렇게 황당한 구성의 호구가 기록상으로 16 가구나 됩니다.
 
 중국도 법률상 중혼은 금지돼있습니다. 축첩 제도가 있었지만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버젓이 2 명의 아내를 두고 있다니요! 현지 기자들이 취재에 나섰습니다. 해당 마을은 이런 얘기에 펄쩍 뛰었습니다.

  다구안촌 한 촌로의 말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마을에 아내를 2 명이나 두고 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소. 뭔가 착오가 있겠지."

실제 기록을 보니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가족 구성원도 있습니다. 기록상 손모씨에게는 펑모씨와 서모씨 2 명의 아내가 있습니다. 그런데 큰마님인 펑씨는 31년생, 작은 마님인 서씨는 69년생입니다. 두 아내의 나이 차가 무려 40살 가까이 납니다. 큰아들도 자신의 성을 따른 중년 남성 손씨와 함께 엉뚱한 장씨 성을 가진 어린이까지 2명입니다. 장씨 성은 어디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왔을까요?

 이에 대해 기록을 관리, 감독해야 할 린이페이진의 담당 왕모 처장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단순 착오일 뿐입니다. 자료를 생산하면서 호구 구성원 관련 내용은 현지 파출소의 기록을 그대로 끌어왔습니다.
[월드리포트] 둘째
  그런데 전산상의 오류 때문인지, 해당 파출소가 기록을 잘못 관리한 탓인지 이런 착오가 생겼습니다. 현재 문제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 착오라면 기자들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네요.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를 실수라고 보지 않습니다.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기록은 공동 경작지의 사용권 분배와 관련된 공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착오가 난 16가구는 가족 구성원이 늘었기 때문에 사용권을 가진 토지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는 생산하자마자 바로 공시될 수가 없습니다. 모두 상급 기관인 진 정부내 감독·감찰 기관의 승인을 얻어야 했습니다. 그런 몇 겹의 확인 장치를 거쳤는데 무려 16가구나 실수를 낼 리가 있겠냐는 게 현지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주민들은 나아가 이 마을의 당 간부가 장난질을 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당 간부는 마을 공동 경작지 가운데 자신이 사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을 늘린 뒤 이를 근거로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팔았다는 이유로 촌민들로부터 감사 청구를 당했습니다. 문제의 16가구에도 이 당 간부가 검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촌민들은 주장합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농민들에게 공동 경작지의 사용과 처분에 대한 권리를 강화해주는 개혁에 나섰습니다. 과거에는 공동 경작지라는 이름으로 개별 농민들이 자신의 토지를 팔 수 없었지만 이제 토지를 사고, 팔고, 빌려주는 재산권을 더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추진중입니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공동 경작지 가운데 내가 사용하는 토지'라는 과거의 개념 대신 '내 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세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앞서 거론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코미디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얼마 전 월드리포트를 통해 재개발 도시 지역의 호구권을 얻기 위해 서류상이나마 친어머니와, 사돈댁과 결혼하는 황당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 해당 기사 보러 가기) 이제 그 광풍이 한적한 시골 마을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부와 탐욕의 신 맘몬이 그 지배력을, 지배 지역을 한없이 넓혀가는 모습에 몹시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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