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진을 보면 심판들은 눈만 내놓고 나머지 부위는 모두 옷과 모자, 마스크로 완전 중무장을 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추웠는지 짐작이 갑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1997년 월드시리즈 1, 2차전은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열렸는데 그곳의 기온은 섭씨 30도나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 팀 선수들은 며칠 사이에 극과 극 체험을 한 것입니다.
24절기에서는 입동(立冬: 11월 7일경)부터 입춘(立春: 2월 4일경) 전까지를 겨울이라 합니다. 천문학적으로는 동지(冬至: 12월 21일)부터 춘분(春分: 3월 21일)까지를 가리킵니다. 기상학에서는 12월~2월을 겨울이라 합니다. 24절기의 계절 구분으로 말하면 3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겨울 야구'를 한 적이 지난해까지 2번 있습니다. 2000년 한국시리즈 7차전은 입동이었던 11월 7일에 벌어졌습니다.
그때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바람이 초속 5m 정도 불며 체감온도가 0도 안팎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추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2002년 11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 5차전입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이때 밤 9시 기준으로 영상 1.2도에 서풍이 초속 2.8m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9도로 기록됐습니다.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이 5차전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추웠던 경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는 11월 3일에 시작해 10일 삼성의 극적인 우승으로 끝났는데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늦게 끝난 시리즈로 기록됐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일정이 늦어진 데는 인천 아시안게임 관계로 정규리그를 한동안 중단한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겨울 야구'는 선수는 물론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종합대회가 있는 시즌이라도 정규리그를 조금 앞당기거나 경기수를 조금 조정하든지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입동' 이후의 경기는 하지 않는 게 정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프로야구의 가장 큰 축제인 한국시리즈가 '콜드 시리즈'(Cold Series)가 돼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