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현장 브리핑] 한화 김성근 영입 일등공신은…뿔난 '보살들'

<앵커>

주말 사이에 우리 프로야구계에서 놀라운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죠. 김성근 감독이 3년 만에 돌아 왔고, KIA의 선동렬 감독은 재계약 엿새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무얼 뜻하는지 SBS 야구 전문기자 이성훈 기자에게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일단은 김성근 감독 얘기 좀 안 해볼 수 없을 텐데, 이 분은 야구 잘 모르시는 분들도 대부분 다 아는 아주 유명한 감독인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 야구계를 떠나 있었던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김 감독의 스타일과 이미지 때문입니다.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자신의 뜻과 맞지 않을 때 팀 운영진, 팀 프런트라고 그러죠. 프런트와 강력하게 맞서는 이런 이미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 감독을 물색하는 팀들이 대부분 어지간하면 김 감독을 피하고 싶어하는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 이후 여섯 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지만, 김 감독은 부름을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지휘해 왔습니다.

<앵커>

고양 원더스 구단은 얼마 전에 팀을 해체를 한 거죠. 그런데 김 감독이 여기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도 그런 평가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올 시즌에 고양 원더스가 프로야구 2군 팀과 팀과 경기를 치러서 올린 승률이 6할이 넘습니다.

승률 6할은 야구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리그의 최정상 팀들이 올리는 승률이거든요, 고양 원더스가 사실 프로야구단에서 쫓겨나거나 아예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이런 선수들을 모은 그야말로 '외인부대'라고 부를 수 있는 팀인데, 이 팀을 2군의 최정상급으로 올려놨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다시 한 번 김 감독의 지도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죠.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자 말씀하신 대로 좀 부담스러운 그런 이미지 때문에 여러 구단들이 영입은 꺼려왔는데 이번 전격적인 한화 구단의 영입, 어떤 배경이 있습니까?
 
<기자>

야구 팬들도 한화 팬들을 흔히 불교 용어로 보살들 이렇게 부릅니다.

한화가 워낙 부진했는데 그 모든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변함없이 한화를 응원해왔다. 이런 의미인데 보살 같은 한화 팬들이 이번에 정말 무서운 힘을 발휘하면서 김 감독의 영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보시죠.
 
잘 아시는 것처럼 한화는 지난 3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왕년의 명장 김응용 감독을 재작년에 모시고 왔지만, 소득 없이 계약 기간이 종료됐고 새 감독을 찾아야 했습니다.

한화 구단에서 원래 생각했던 안은 내부 코칭스태프의 승진이었습니다.

한용덕, 이정훈, 이상군 이런 한화의 옛 스타 출신들이 후보로 검토가 됐는데 이 소문이나니까 꾹꾹 참고 있던 한화 팬들이 그야말로 폭발했습니다.

한화의 꼴찌 추락의 책임이 있는 코칭스태프를 감독으로 승진시키는 게 말이 되냐,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라고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쳤습니다.

한화팬들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입니다

[한화 팬 : 김성근 감독님을 희망합니다. 이 유니폼을 불태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성근 감독만이 한화를 살릴 수 있습니다.]

한화 그룹 앞에서 저렇게 1인 시위까지 전개가 되자 결국 구단이 여론을 수용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밤에 김 감독을 만나서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감독도 3년 만에 현장 복귀에 대해서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김성근/한화 신임감독 : 4년 있다가 프로야구에 돌아왔는데 어리벙벙하네요. 기회를 만들어준 팬 여러분들이나 강력하게 요청해준 구단주, 그런 고마움을 가지고 야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앵커>

그간의 감독 선임 과정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졌는데 문제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한화가 3년 연속 최하위였단 말이에요, 김성근 감독이 워낙 야구를 잘하시는 분이긴 하지만 팀을 재건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봅니까 이 기자는?

<기자>

5년 전에 나온 김성근 감독의 자서전의 제목이 '꼴찌를 1등으로'입니다.

사실 김 감독이 걸어온 길을 보면 내년 한화의 도약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1986년에 당시 꼴찌였던 태평양을 맡아서 곧장 다음 해 포스트시즌에 진출을 시켰고요, 또 96년에는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꼴찌로 추락했던 '외인부대' 쌍방울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습니다.

2002년에는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요, 2006년엔 6등이던 SK의 지휘봉을 잡아서 곧장 다음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3차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SK 왕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한화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마법이 발휘될지 벌써 내년 시즌이 궁금해집니다.

<앵커>

팬들이 저렇게 절실하게 김성근 감독을 원하는 이유가 있군요, 한 번 기대를 해보고요, 다음에 또 하나 궁금한 게 KIA의 얘기 좀 해볼까요? 선동렬 감독이 재계약 했다고 기사가 여러 번 났었는데 엿새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고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기자>

사실 지난달까지는 선동렬 감독의 사임이 당연해 보였습니다.

재임 기간 3년 동안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못 갔고, 또 지난 두 시즌 동안은 8위에 그쳤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KIA 구단에서도 대안을 검토를 했었고, 야구판에는 유력한 후보들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조금씩 재계약 가능성이 흘러나오더니 결국 지난 19일에 전격적으로 2년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여기에는 선동열 감독을 각별히 신임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뜻이 결정적이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러니까 또 KIA 팬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어떻게 부진에 책임이 있는 감독이 재계약을 할 수가 있냐.

[강선구/KIA 팬 : 3년 동안 해온 것도 별로 없는데 앞으로 2년을 또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수들도 의욕이 생길지 잘 모르겠고요.]

특히 사흘 전에 주전 2루수 안치홍의 군 입대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나는 걸 뜻하는 '임의탈퇴'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선 감독도 임의탈퇴라는 용어를 썼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재계약을 맺은 지 엿새를 못 버티고 지난 토요일에 자진 사퇴를 선택했습니다.

<앵커>

과거의 경우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우리 사회 전반의 모습과도 사실은 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대중의 힘이 그만큼 커졌겠죠. 저도 사실은 야구를 관심 있게 봅니다마는 팬들의 힘이 이렇게 커졌다는 것은 오늘 얘기 듣고 보니 처음인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습니까?

<기자>

최근 현상입니다. 사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프로야구단이 그렇게 큰 조직은 아니거든요, 매출이 큰 것도 아니고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이다 보니까 그룹 이미지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 여론이 SNS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강력해진 거죠.

때문에 아직 새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도 원래 내부 코치를 승진시키려고 했지만, 검증된 감독을 원하는 여론 때문에 지금 고민이 많습니다.

어쨌든 올 시즌에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다섯 팀의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진기록도 세워졌습니다.

팬들의 염원, 감독 시장을 뒤흔든 팬들의 염원이 내년에 어떻게 결실을 맺을 지도 궁금해집니다. 

<앵커>

프로 스포츠가 결국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이니까 감독 선임 과정에도 건강한 의견들이 많이 전달되는 이런 것은 나쁘지 않은 현상으로 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