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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통로가 사람통로로…동물이 숨어버렸다

<앵커>

고라니도 다니고 너구리 가족도 이렇게 마음껏 이동하도록 인공적으로 조성한 길이 바로 생태통로입니다. 자연에서 많은 혜택을 받는 우리 사람들이 자연을 보존하려는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오히려 사람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동 취재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생태통로가 마련된 경기도 광주의 한 터널입니다.

올라가 봤더니, 통로로 진입하는 길에 울타리가 떡하니 세워져 있습니다.

[저기 펜스가 쳐져 있네, 펜스가.]

게다가 누군가 통로 양옆에서 텃밭까지 가꾸고 있어 동물이 이용하기엔 불가능해 보입니다.

[강근구/경기도 광주시청 환경보호과 주무관 : 이런 시설물이 들어서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생태통로를) 침범을 하니까 야생동물이 올 수가 없는 거죠.]

야생동물이 지나가는 길이라고 현수막까지 걸려 있는 또 다른 생태통로입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갑니다.

심지어 생태통로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 등산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출몰이 잦습니다.

바스락 소리에도 놀라서 몸을 피하는 동물들이 이곳을 찾을 리 없습니다.

[탐방객 : 산에 가봐야 조그만 다람쥐 정도? 그 이상은 큰 짐승 같은 건 본 적이 없어요.]

전국 415개 생태통로 중에 이렇게 동물보다 사람이 더 다니는 생태통로가 절반 가까이나 됩니다.

동물들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한 생태통로가 몇 군데나 되는지 관찰했는데, 정작 동물이 보인 건 10곳 중 3곳에 불과했고 사람이 10곳 중에 4곳으로 더 많았습니다.

심지어 작년 생태통로 중에 동물이 지나간 흔적이 전혀 없는 곳도 전체 415곳 중에 141곳이나 됐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생태통로를 만드는 부서 따로, 관리하는 부서 따로라서 진정한 동물 통로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봉호/서울시립대 조경학 교수 : 건축이나 토목 쪽에서 (생태통로를) 만들고 관리를 실제로 못하니까 환경 부서로 넘어가는데요. 그 건설하는 쪽에서 생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떨어지다 보니까 적정한 생물 이동통로를 못 만들고 있는 것이죠.]

생태통로가 사람통로가 되는 걸 막으려면 주변 동물에 대한 꼼꼼한 습성 파악과 환경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영상편집 : 김형석, VJ : 김형진·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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