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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도둑도 도둑' 제주 산간마을에 웬 경고 현수막

'꽃 도둑도 도둑이다!' 제주시 산간 마을인 조천읍 와흘리 입구 로터리에 내걸린 현수막에 쓰인 글이다.

로터리 화단에 심은 꽃을 보름 전부터 누군가가 계속 훔쳐가자 주민들이 참다 못해 현수막을 내건 것입니다.

주민들은 마을의 입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화사함을 선사하기 위해 지난 4월 중순 로터리 화단 5곳 130여㎡에 외래종 봉선화 700여 그루를 손수 심었습니다.

이 봉선화는 봄부터 11월 중순까지 꽃이 지지 않는 품종으로, 옆 마을인 신촌리에서 기증받은 것들이라 마을간 우애를 다지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는 정성껏 꽃을 심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화단에 나와 김을 매고 물을 주는 등 애지중지하며 관리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부터 이 로터리를 지나는 도민이나 관광객들이 몰래 화단의 꽃을 한 그루, 두 그루씩 가져가기 시작해 하루 새 봉선화가 몇 그루씩 없어졌습니다.

주민들은 꽃이 없어지기 시작하자 화가 났지만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신촌리에서 다시 봉선화를 기증받아 꽃이 없어진 자리에 심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꽃을 훔쳐가는 행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잦아져 최근 도둑맞은 봉선화만도 300여 그루에 이릅니다.

사람의 손이 닿기 쉬운 한 화단은 애초 심었던 봉선화 80그루 가운데 단 7그루만 덩그러니 남아 흉한 상태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을주민들은 지난 8월 말 경찰에 도난 사실을 신고해 꽃 일부를 가져간 부근의 숙박업소 주인 등 2명을 붙잡기도 했습니다.

꽃을 가져간 이들은 "꽃이 예뻐서 무심코 몇 그루 정도 가져간 것을 뿐 화단을 망가뜨리려고 했던 게 아니였다"며 경찰에서 사과했습니다.

마을주민들은 이들을 용서해줬습니다.

천창석(51) 와흘리장은 "처음 화단을 조성했을 때는 수백 개의 빨간색과 흰색 봉선화 꽃이 어울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화사해 보였다"며 "오죽했으면 이런 현수막까지 달았겠느냐"고 한숨 쉬었습니다.

그는 "'한 그루쯤은 가져가도 괜찮겠지'하는 마음에 너나 할 것 없이 화단의 꽃을 뽑아 가져가다 보니 마을 화단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모두가 감상하도록 화단을 조성한 만큼 맘껏 감상하되 꽃은 보호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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