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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지서 독성 약품 검출…인근 농작물 유입 우려

<앵커>

지난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에 백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매몰 처분됐습니다. 당시에 구제역 파동은 4달 만에 끝났지만, 그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몰지와 그 주변에서 독성이 강한 소독약은 물론, 항생제가 검출된 겁니다. 이런 약품이 검출된 곳에서 벼농사, 밭농사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돼지 311만 마리와 소 15만 마리.

2011년 전국에 구제역이 퍼질 때 매몰 처분된 가축 숫자입니다.

환경부가 작년과 재작년 경기와 충남, 경북 등 집중 관리 대상 매몰지를 중심으로 토양과 지하수의 성분을 검사했습니다.

검사 결과 경기도 안성의 매몰지 인근 지하수와 충남 천안의 매몰지 안에서 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 7종류가 검출됐습니다.

경기도 이천의 매몰지 두 곳과 그 주변 토양에서도 항생제 5종류가 나왔습니다.

해당 매몰지를 찾아가봤습니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 주민 : (구제역 때문에 (가축을) 묻었던 곳이 이 근처라고 하던데 어디인지 아세요?) 다리를 쭉 건너서 가면 그 안에 있어요.]

그런데 항생제가 검출된 매몰지 주변 땅에서 콩을 비롯한 농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매몰지 바로 옆에는 밭농사를 지은 흔적이 아직 남아 있고요.

경사진 곳을 따라서 바로 내려가면 이 아래쪽에는 아직 농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검사 보고서엔 검출된 항생제가 인근 농작물에 유입될 우려가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농작물을 섭취하면 체내에 항생제가 쌓을 수도 있습니다.

[심경원/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항생제 자체가 간 기능이나 심장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위장관 출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매몰지와 그 주변에선 항생제만 검출된 게 아닙니다.

당시 가축을 매몰할 때 2차 전염을 막기 위해 매몰지와 축산 농가에 소독약도 대량 살포됐습니다.

무려 3천5백 톤이 넘는데 그 중에 특히 독성이 강한 포름알데히드는 4.8톤, 글루탈알데히드는 63톤이나 됩니다.

1년 뒤에 환경부가 집중 관리 중인 매몰지 30곳의 토양을 조사했더니, 29곳에서 독성 소독약이 검출됐습니다.

매몰지의 경우 최대 5년 동안 땅을 파거나 농작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매몰지 주변 땅은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게다가 일반 농작물에 대한 항생제와 소독약 잔류 허용 기준도 없어 소비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김용남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 항생제 성분이 검출된 토양에서 자란 농작물은 인체에도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토양 정화 작업에 나서야 됩니다.]

구제역을 퇴치했다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매몰지 주변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시급합니다.

(영상편집 : 이재성,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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