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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산케이신문과 정부 대변인의 공방

극우 일본언론의 도발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취재파일] 산케이신문과 정부 대변인의 공방
16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노광일 대변인과 일본 기자들 사이에 때아닌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산케이 신문 측이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의 출국 정지기간 연장에 대한 일본 언론단체의 비판을 언급하며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에 대해 노 대변인은 "시민단체의 고발에 의해 이뤄진 정당한 법 집행의 문제"라며, "형사재판 개시 시점을 고려한 통상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다른 사안에 대한 질의 응답이 오가다가 설전이 본격화한 건 산케이 측에서 다시 '인권 문제'를 언급했을 때부터였습니다.

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치려 했지만, 산케이 기자가 손을 들어 질문했습니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인권국가라고 분명히 할 수 있습니까? 실례지만?" 대변인은 "선생님 생각은 어떻느냐"고 되물었고, 산케이 기자가  "그렇게 믿고 싶다"고 하자 노 대변인은 "인권국가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노 대변인이 "이 문제가 궁금하면 법무부에 가서 물어야 한다. 외교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해달라"고 하자 일본 지지통신 기자는 "외교 문제로 발전할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며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노 대변인은 "질문의 자유에도 한계는 있다"면서 "계속 저한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특히 일본 언론에서 나오신 분들께서 그것에 대해 도전하는 식의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라며 발끈했습니다.

산케이 측의 도발은 의도적입니다. 한국 법대로 처리하기보다는 외교적 분쟁으로 몰고 가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마치 당연히 우리나라 땅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서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분쟁으로 비치게 만들려는 전략과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의도적 도발에 대해 발끈해선 곤란합니다. 외교부가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차분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있어서도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케이 측과의 공방 과정에서 "질문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해서 도전하는 식의 질문에 대해선 불쾌하다"는 식의 발언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당국자로서는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한 일본 언론의 오보일 뿐인 이 문제가 정말 외교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처럼 발끈한 반응을 보인 것이 문제였을 지도 모릅니다. 청와대가 산케이 같은 극우 신문을 검찰에 수사하도록 한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였을까요? 산케이는 갑자기 언론 자유의 투사인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이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 어떤 보도를 해왔는지를 생각하면, 그들이 '인권' 운운하는 것이 가증스럽기 이를 데 없지만, 이렇게 판을 만들어준 것이 우리 정부인 것도 일부 사실입니다. 더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추측성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당시 대통령의 공무시간이었던 7시간에 대해 명쾌한 해명이 나오지 않았던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더욱 아쉬운 부분입니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흥미롭게 들었던 부분은 언론을 대하는 세종과 정조의 차이점이었습니다. 정조는 직언조차 허락하지 않는 통제의 군주였던 반면, 세종은 비판하다가 사실관계가 다소 틀린 점이 있더라도 이를 틀어막거나 벌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식으로, 세종이 중시했던 '언로' 자체가 막힐까 우려했던 겁니다. 산케이를 법적으로 얼마나 벌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극우 산케이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국제적으로 우리나라가 언론을 강하게 통제하려 한다는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무엇이 더 이득일까요? 공인의 명예, 언론의 자유, 외교적 이해관계… 이 세 가지 변수가 충돌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정부가 현명하게 풀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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