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NHK의 언론관은?

[취재파일] NHK의 언론관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와 역사인식, 그리고 최근의 한국내 일본 기자의 기소사건에 이르기까지 한일관계에서 제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고 느껴질 때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NHK를 방문해 그 곳 보도국 국제부 기자들과 대화할 기회를 갖게 돼 소개드립니다.

NHK는 일본 유일의 공영방송입니다. 1925년 개국했으니 역사가 90년에 이릅니다. 직원 1만 명에, 2014년도 사업수입이 6,629억 엔, 우리 돈 6조6천억 원에 이르는 거대방송입니다. 징수율은 70% 안팎 수준이지만, 월 1,260엔의 시청자수신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NHK는 자체 홍보동영상에서 '스시같은 방송'을 표방합다. 일본인에게 스시는 다양한 생선으로 제공되는 풍요로운 음식입니다. 그런 의미의 방송이 되겠다는 의지입니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재해보도를 가장 중시한다고 강조합니다. 매일 밤 지진이나 쓰나미의 경우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도 재난 방송에 적극 대비하고 있습니다. 전국 500군데에 로봇 카메라를 설치했고, 취재 헬기도 15대나 된다고 합니다.

국내 TV 4개 채널과 라디오 3개 채널, 그리고 영어와 일본어로 송출하는 국제방송 TV와 18개 언어로 방송하는 라디오를 운영하고 있다니 채널도 많습니다.

150개 나라와 지역에서 2억 7천만 가구가 NHK를 접하고 있는데, 최근엔 컴퓨터와 어플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가시청권이 전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잠깐!>
수신료에 대한 거부감은 일본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NHK는 스스로를 '스시'로 표현할 정도로 시청자에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재난방송을 위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은 멈추지 않습니다. 일본만이 아닌 국제 방송으로 인정받기 위해 진출도 꾸준하며, 기술력도 상당합니다.

방송의 이미지와 기술력은 국력에 비례한다는 생각입니다.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방송 기술력의 발전이 부럽다. 방송 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커녕 통신망 갖고도 국가가 제대로 정리 하나 못해주는 우리나라 방송현실을 생각하니 '독수리와 참새' 정도의 위상이겠구나...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NHK 보도국 국제부의 고노 겐지 부장과 이케하타 한반도팀장(부부장), 와카츠기 마치(2009년~2012년 서울특파원)기자와 함께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 NHK의 언론관 등에 대해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24시간 세계 뉴스를 보도하는 국제부는 3교대 근무체제로 운영됩니다. 정오뉴스를 중심으로 하는 일근팀, 오후 7시와 9시 뉴스를 맡는 야근팀, 아침뉴스를 담당하는 밤샘팀 등인데, 우리나라 방송사와 같은 시스템입니다.

기본적으로 뉴스는 해외 특파원이 제작합니다. 28개국에 80명이 파견돼 있습니다. 아프리카 등 지국이 없는 곳의 뉴스는 외신을 인용해 국내에서 제작한다고 합니다. 해외지국을 더 만들고 싶지만 '돈'문제 때문에 어렵다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는 그들. 그래도 최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새로운 지국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취파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방송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지국은 1개 방송사 당 대여섯 군데 정도일 겁니다. 회사 경비를 줄이겠다는 말만 나오면 해외지국이 타깃이 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돈타령을 하면서도 미래의 대륙인 아프리카에 지국을 또 늘린다는 그들이 부럽습니다. 언젠가는 저력으로 나타날 게 뻔합니다.

NHK내에 한반도 담당기자는 본사에 5명, 서울 특파원 3명, 베이징 특파원 중 북한 담당 1명 등 9명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 뉴스는 일본에서도 가장 관심이 많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뉴스라고 소개하더군요. 과거 식민지 시대 일본인이 많이 살던 원산이나 청진 등 지방도시에 일본인 유골관련 취재를 1년에 서너 차례씩 합 니다. 유족과 동행취재하는 형식입니다. 그러나 그다지 자유롭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북한 외무성 지원이 함께 따랐기 때문이었죠.

특이한 것은 김정은 체제 이후 비교적 자유롭게 취재가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익숙해져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제는 '안내원'이 없는 경우도 있어 그럴 경우 인터뷰도 자연스럽게 가능했다고 소개했습니다.
NHK 모미이 가쓰

북한도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있지만 여러번 마주하고 얘기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취재 깊이도 이전보다 깊어졌습니다. 김정은이 TV방송을 중요시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유골 취재에 일본 방송은 모두 허용했는데, 신문은 1곳 내지 2곳만 취재를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시대가 되면서 북한의 일반인도 외국 정보에 많이 접하고 있는데 북한 지도부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고, 예전의 선전선동 방식의 효과를 믿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있다'고 보도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이 아픈 사실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방송을 통해 '김정은이 아프다'는 내용을 그대로 전한다는 거죠.

취파

<여기서 잠깐!>
우리 민족의 현재 이야기를 일본 기자에게 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야 북한 지도부가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응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북한에 대한 소식을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만' 있다면 더 많이 얻기 위한길을 우리가 나서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주요 간담회 내용을 일문 일답 형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NHK의 모미이 회장이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고는 못한다"는 식의 발언 등으로 그의 취임 이후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도마에 올랐는데 실제 보도 간섭은?

(고노 겐지 국제부장)지금까지 직접적 간섭은 없었습니다. 개인적 의견인데, 모미이 회장은 내외부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보도국 데스크에게 직접적 간섭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민감합니다. 보도국 내에 무엇인가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영국 BBC는 권력 등에 대한 성역없는 보도로 공정 공평한 방송이란 평가를, NHK는 권력에 민감한 사안은 보도를 아예 안하는 태도로 공정 공평 방송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와카츠기 마치 전 서울 특파원)그런 지적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비판이 많습니다. 18년 전 처음 기자를 시작할 때 '기자는 fact를 보도하는 것이지, '주장'을 방송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배웠습니다.

'문제의식'을 갖고 기사쓰는 것이 일반적인 의미의 '주장'표현입니다. 그러나 직접 표현하지는 않아도 '문제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소극적일 수는 있어도 주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방송은 직접 비판하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소극적 비판을 합니다. 대학교수나 전문가 등 인터뷰이의 코멘트로 비판하고, 기자는 개인의 의견을 내지 않습니다.

취파

<여기서 잠깐!>
기자가 아닌 공보담당 공무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영방송이라서인가. 그들의 소극적 합리화가, 마치 밀림의 호랑이가 아닌 동물원의 호랑이... 순치된 '보도 전문 공무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NHK의 관행에 대해 그런 기자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방송기자'는 '방송인'으로 취급받는가 봅니다. 일본에서는 '기자'라고 하면 당연히 '신문기자'를 뜻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자는 좀 사나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도 방송기자에게 '기자'보다는 '방송인'을 원할 때가 있긴 합니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건에 대해서는?

(고노 겐지 국제부장)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이 무시했어야 했습니다. 산케이는 아베 정권 때문에 영향력이 조금 커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매체입니다. 그 기사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 정부가 이렇게 심하게 다루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산케이 보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게 쌓여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국의 신문을 인용한 보도인데, 한국 신문은 그대로 두고, 산케이만 기소하는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 전에는 솔직히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였지만, 그런 기운이 싹 없어졌습니다.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베총리와 산케이는 관계가 좋습니다'...(웃음)

일본 총리가 도쿄에 나와있는 한국 특파원을 기소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도 이번 일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 사건을 두고 한일간의 기자들이 보는 시각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너무나' 개인적인 평가일까.

*일본의 재해방송에서의 기본원칙은?

(고노 겐지 국제부장)일본은 자연 재해가 많습니다. 그 현장에는 언제나 NHK가 갑니다. 그러다 보니 재해 피해자 측에선 NHK는 상당히 익숙한 존재입니다. NHK 기자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겐 어떠한 압력이나 부담감을 주지 않도록 노력합니다.조금씩 천천히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면서 취재하는 게 기본적인 룰입니다.

'세월호 탑승객 전원 구조' 라는 큰 오보 사건에서 보듯, 보도의 신속성은 물론 중요하지만 정확성과의 균형을 맞추는 게, 재해방송에서는 특히 어렵습니다. 큰 오보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일본 방송 보도국의 고민은, 젊은 기자들이 2, 3년 뒤에 바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경찰 기자 생활이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또 분위기가 다른 회사에 비해 수직적이고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가요?

<여기서 잠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국민에 대한 겸허함과 배려가 배어나왔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자세를 접하니 제가 그들을 존경하게 되더군요. 다만 언론사의 분위기는 과거에 20~30년 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 다녀오신 분들은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습니다. 좋은 말로 하면 '전통'을 잘 지키는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개혁에 소극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조직 문화가 가장 늦게 바뀌는 것이 '언론사'인가 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