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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레슬링 협회 내분…효자 종목의 자존심은 지켜야

[취재파일] 레슬링 협회 내분…효자 종목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국 스포츠에서 '레슬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선수가 건국이후 처음으로 따낸 올림픽 금메달일 것입니다.

레슬링은 이후에도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며 '스포츠 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려왔습니다.

때문에 레슬링 앞에는 '효자종목' '전통 강세 종목' 이런 수식어가 많이 붙어왔습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레슬링은 금메달 3개, 은 3개, 동 6개를 따내며 효자종목의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레슬링 협회가 내분에 빠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것도 협회장이 전무와 사무국장이 포함된 집행부를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 6월 취임한 임성순 신임회장의 출연금 기탁 여부입니다.

K 전무와 K 사무국장 등 레슬링협회 집행부는 임 회장이 약속한 협회 출연금을 내놓지 않자 최근 상벌위원회를 열어 협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을 결의했습니다.
취파

이에 대해 임 회장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집행부가 각종 비리에 연루된데다 회계의 투명성이 떨어져 출연금을 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임 회장은 특히 자신이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사무국장과 전무 이사가 기부금 5억 원 정도를 개인적으로 빌려 달라"고 했으며 출연금 지원을 미루자 폭행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협회 간부들은 "임 회장이 지난 4월까지 출연금을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돈은 내지 않고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며 "이런 상황에서 규정상 회장의 재신임을 물을 수 밖에 없었다"며 임 회장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여기에 양측은 폭행과 공금 횡령, 학력 위조 등 갖가지 폭로를 추가하면서 모두 법정 싸움을 예고해 협회의 내분은 더욱 격화될 전망입니다.

레슬링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고대 올림픽 종목입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즐기던 스포츠였습니다.

당시 레슬링 선수들은 유니폼도 걸치지 않은 채 맨 몸으로 경기를 했습니다. 어떤 것도 숨기지 않고 맨몸과 맨몸을 맞대면서 힘과 기술을 겨루는 가장 원초적인 격투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레슬링인들은 만날 때마다 "레슬링이야 말로 가장 정직한 스포츠"라며 자신의 종목에 높은 자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레슬링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에서는 종목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정 같은 것들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모두 종목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철저하게 자신의 명분과 욕심만을 내세우고 있어 당분간 어떤 돌파구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 최고의 격투기 종목인 레슬링이 쌓아온 명성과 국제 경쟁력에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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