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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유로스타 처분하고, 모나리자도 팔까?

[월드리포트] 유로스타 처분하고, 모나리자도 팔까?
유로스타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을 연결하는 고속열차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도버해협은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나머지 구간은 고속열차 구간을 이용한다. 시속 3백 킬로미터로 달려 런던-파리 구간을 2시간 정도면 주파한다. 런던과 파리의 도심을 오가는 비즈니스맨과 관광객들에게는 도시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비행기보다 편리하다. 유로스타는 1994년에 운행을 시작했다. 20년 동안 1억 4500만 명이 이용했다. 승객은 점차 늘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860만 파운드(319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런 알짜 회사를 영국 정부가 팔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공부채 때문이다.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경제를 개혁하고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영국이 갖고 있는 유로스타 지분 40%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지분인 55%는 프랑스가, 5%는 벨기에가 소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공기업이나 정부 자산을 팔아 2020년까지 2백억 파운드(3조 4350억원)를 확보하겠다는 재정 건전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유로스타의 지분 매각 입찰을 받는다. 입찰가가 충분히 높으면 내년 1분기에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3억 파운드(515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영국 노동당과 유로스타 노동조합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가치 있고 전략적인 인프라를 판다고 하면 프랑스와 벨기에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로스타는 더욱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기존 노선 외에 런던과 프랑스 리옹, 마르세이유, 그리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제네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노선이 속속 개통될 계획이다. 유로스타 측은 여러 도시가 연결되면 저가 항공보다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동당도 매각 전에 가격 산정에 대한 감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체신공사인 로얄메일 매각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가적인 민영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BC는 유로스타 지분을 갖고 있는 프랑스 철도회사 SNCF는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쿠웨이트, 카타르 쪽 국부펀드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관심을 보일 것이고, 중국 은행도 입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과 프랑스간 협력의 산물이자 유럽 통합의 상징인 유로스타가 영국이라는 한 축을 잃게 된 상황이다.

유로스타의 동업자인 프랑스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처지가 아니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가 지난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2조 유로(2700조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경제 생산의 9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프랑스의 한 방송사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세계적인 명화 ‘모나리자’를 팔면 국가 채무를 갚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낼 정도다. 모나리자의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을 테니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파리에 있는 173개 박물관에 있는 소장품까지 더하면 국가 채무쯤은 한 방에 해결할 수도 있겠다 싶다. 문화 자산은 상상에 머물고 있지만, 산업 부문은 영국과 다르지 않다. TGV와 발전으로 유명한 프랑스 알스톰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회사 푸조는 중국 자본의 도움을 받아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어두운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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