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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법은 있었지만…주의하라' 금감원, 솜방망이 처벌 의혹

[취재파일] '불법은 있었지만…주의하라'  금감원, 솜방망이 처벌 의혹
서울 남산 근처에 있는 S 빌딩을 둘러싸고 수사당국의 수사로 까지 이어진 신한 BNP 파리바 자산운용(이하 신한 BNP)과 투자자들의 갈등을 얼마 전에 전해드렸습니다. 자산운용사 직원들이 공모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앗았다는 의혹, 그리고 투자금 운용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의혹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어쩌면 작년, 아니 재작년 봉합될 수도 있었습니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통해서였죠. 그런데 재작년 있었던 금감원의 신한 BNP에 대한 감사와 제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경찰과 감사원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 '불법은 있었지만…주의하라'

재작년 금감원은 신한 BNP에 대한 부문감사를 벌입니다. 그리고 신한 BNP가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면서, '펀드 간 거래를 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신한 BNP가 H사와 펀드를 추가 설정하고, 이 펀드가 계약금과 투자금 명목의 돈을 기존에 있던 펀드로 입금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한 금융기관이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 간에 거래를 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복수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이용해 펀드 간에 거래를 한다면 부당 이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통합법 중 가장 엄한 벌칙 조항 중 하나입니다.

펀드 운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특히 그것이 자본시장 법에서 가장 엄한 벌칙 조항을 둔 부분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확인한 금감원이었지만, 처벌은 '경영상 유의 조치'에 그칩니다. 강도를 잡았는데,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돈을 빼앗지 말라고 경찰이 훈방 조치한 것과 비슷한 셈입니다. 카드 불법 모집, 카드깡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는 금감원이지만, 5년 이하의 징역 2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법 위반에 대해서는 훈방 말고는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 제재 축소?…판단 실수?

금감원은 왜 이런 제재 조치를 내린 걸까요? 가능성은 크게 2가지입니다. 법 위반이 있는 것은 확인했지만, 엄하게 처벌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 등으로 인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일부 금융권 관계자와 법조계 관계자는 전자의 경우라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위법성 조각 사유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서 왜 '경영상 유의조치'를 내렸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감사 과정과 제재 결정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금감원…부실 감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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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이해할 수 없는 금감원의 조치는 또 있습니다. 재작년 금감원에는 H사 대표 명의의 조사요청서, 일종의 고발장이 접수됩니다. 이후 금감원은 신한 BNP에 대한 감사를 벌이지만, 당연히 해야 할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사의 ABC가 착착 진행되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조사요청서는 H사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한 BNP 전직 직원 C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씨는 H사가 빌딩 인수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핵심 인물입니다. 그런데 금감원이 H사 대표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으니 누가 조사요청서를 실제로 작성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러니 핵심 인물인 C씨에 대한 조사도 없었습니다. 기본대로 진행하지 않았으니 부실 감사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문입니다. 고발인인 H사 대표를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에 대해 금감원은 경찰 조사를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핵심 인물을 조사하지 않은 경우는 또 있습니다. 신한은행에서 부동산펀드 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D씨.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동산 펀드 2개를 총괄하면서 계약해지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사람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조사요청서에는 D씨 등 자격요건이 없는 사람들이 펀드를 운용했고, 이익이 충돌하는 서로 다른 부동산 펀드 2개를 1명이 운용했다는 의혹 등이 담겼습니다. 모두 자본시장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위법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한 적절한 감사여부에 대해 금감원은 경찰 조사를 이유로 답변하지 않고 있어서, 어떤 조사가 있었고 어떤 조치가 뒤따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정 기간 동안 신한 BNP 전 직원 C씨가 S 빌딩 매도인 측 펀드와 매수인 측 펀드 양쪽 운용에 모두 관여했다는 것은 금감원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수사당국, 감사원의 조사에 위협받는 금감원의 존재 이유

왜 금감원은 이렇게 미심쩍게 감사를 벌인 것일까요? 그리고 위법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왜 일종의 훈방조치를 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갖가지 소문이 돌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명확히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당사자들이 말하지 않는 이상 그 의도는 영원히 알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금융 검찰이라는 금감원이 수사당국과 감사원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금감원 존재의 이유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금감원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정부 기관도 아닌데 금융 기관들에 대한 감독 권한과 제한적인 제재 권한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이라는 특수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결과일 겁니다. 때문에 금융 관련 법, 특히 판례가 마땅히 없는 자본시장법과 같은 최근에 시행된 법의 해석과 제재는 많은 부분 금감원의 판단과 해석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며 금감원 스스로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와 제재에 문제는 없었다는 금감원의 입장도 이것에 근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수사당국과 감사원이 견제에 나섰습니다. 특히, 경찰이 자본시장법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 기관과 감사원이 금감원의 조치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내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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